[가디언 특약] G조 이집트: '월드컵 0승' 파라오 살라의 마지막 도전장?

김진혁 기자 2026. 6. 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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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살라(이집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이집트 대회 플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한 이집트는 이번에는 예선 무패로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 경기를 남겨둔 채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9경기 19골을 넣고 2실점만 허용했다. 모하메드 살라가 9골로 공격을 이끌었고, 수비진은 7차례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이집트 축구는 낭만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양상은 대체로 팽팽했다. 공 없이 버티는 시간이 길었고 공을 탈취한 뒤 빠르게 살라나 오마르 마르무시에게 연결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하지만 세네갈과 준결승에서는 이런 접근법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집트는 경기를 통제하기보다는 견뎌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월드컵에서는 기본적으로 4-3-3 포메이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쫓아가야 할 경우 4-2-3-1 전환, 상대가 깊게 내려앉을 경우 간헐적으로 3-5-2를 가동할 수도 있다. 골문은 모하메드 엘셰나위가 지킬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에는 모스타파 쇼베이르가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수비진 중심은 라미 라비아, 호삼 압델마기드, 야세르 이브라힘이 맡을 전망이다. 중원에서는 마르완 아티아, 함디 파티가 수비진을 보호하고 에맘 아슈르가 공을 전진시켜 공격진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전방은 살라, 모스타파 무하메드, 마르무시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호삼 하산 감독은 이미 전술적 대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못 박았다. 현재 대표팀 구성에 대해 "90% 정도는 이미 결정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유럽 태생 선수들을 대거 활용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이집트 대표팀이 '100% 자국산'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공격수 아흐메드 사이드는 "하산 감독은 이전에 우리가 겪었던 외국인 감독들과 완전히 달라요. 대표팀에 합류할 때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당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믿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조직력이 뛰어나고 실점하기 어려운 팀이며 정신적으로도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대가 살라를 집중 견제하고 중원에서 압박을 풀어내지 못하면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문제도 안고 있다. 조 추첨 결과 이집트는 벨기에, 이란, 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이집트는 아직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으며, 이번 대회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 역시 첫 승 달성이다.

호삼 하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 감독: 호삼 하산

하산은 이집트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이자 이집트 축구의 전설이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선수 시절만큼 화려하지 않다. 지금까지 9개 클럽과 2개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지만,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24년 이집트 감독으로 선임됐을 당시부터 하산 감독의 취임에는 강한 민족주의적 색채가 묻어났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이집트 축구의 위대한 날을 맞아 기쁩니다. 그리고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비롯한 이집트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드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 탈락 이후에도 하산 감독의 화법은 변하지 않았다. 패배 원인으로 모기가 들끓는 호텔 환경과 대회 일정 문제를 언급했고, 이후에는 민족주의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집트는 아랍 세계와 아프리카의 어머니입니다. 누구도 우리가 가진 역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네이션스컵에서 일곱 차례 우승했습니다. 이것이 질투를 불러온 거죠. 어느 누구도 이집트 대표팀이 이뤄낸 성과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한 기자가 전술적 문제점을 지적하자 "당신의 질문은 무례하고 존중이 없네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언론인으로서의 예의가 부족합니다"라고 응수했다. 과연 그다운 반응이었다.

▲ 핵심 선수: 모하메드 살라

여전히 이 팀은 살라의 팀이다. 클럽 차원의 살라는 전성기에서 조금씩 내려오고 있을지 모르지만, 대표팀에서만큼은 여전히 공격 시스템 그 자체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는 예선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고, 이집트가 막판까지 불안한 승부를 벌이지 않고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살라는 이집트의 조별리그 첫 경기 당일 34번째 생일을 맞는다. 국가대표 커리어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주목할 선수: 이브라힘 아델

덴마크 노르셸란에서 뛰는 아델은 전형적인 터치 라인 윙어가 아니다. 그는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고, 반대편 골문 앞까지 침투하며, 역습에 의존하는 많은 이집트 공격수들보다 적극적으로 압박에 가담한다. 25세인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움직임이다.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전술적으로는 이집트가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살라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측면에서 공을 전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공격 전개의 상당 부분이 오른쪽 채널과 살라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대회는 그가 이 수준에서 경쟁 가능한 선수임을 입증하는 무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계를 드러내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 언성 히어로: 마르완 아티아

아티아는 팀 전체를 실제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유형의 미드필더다. 27세의 그는 센터백을 보호하고, 풀백의 뒷공간을 커버하며, 상대 역습을 차단한다. 또한 공격 전개를 다시 시작하고, 압박 속에서도 어려운 패스를 받아내며, 에맘 아슈르와 측면 공격수들이 보다 자유롭게 전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후 아티아는 월드컵을 엄청난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세대가 좋은 성과를 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집트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두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언급했다.

오마르 마르무시(이집트). 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억해야 할 선수

오마르 마르무시: 어쩌면 마르무시는 전혀 다른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 간 지 3년쯤 됐을 때 캐나다 대표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내가 캐나다 시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표팀에 합류하길 원했죠.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지만, 제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져 있었어요. 나에게 이집트 대표팀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입니다." 17세 마르무시는 와디데글라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독일로 건너가 볼프스부르크, 슈투트가르트, 장크트파울리에서 뛰었다. 이후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 시절 맹활약을 거쳐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마르무시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없었다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와 FA컵 결승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특별한 선수죠. 나는 그를 전형적인 윙어보다는 스트라이커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하지만 하산 감독은 아직 과르디올라의 견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그는 마르무시를 주로 측면에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A매치 48경기 10골을 기록한 마르무시는 살라와 함께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적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모하메드 압델모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압델모넴은 이집트가 자랑하는 가장 유망한 수비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센터백이 될 운명이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공격수로 뛰었어요. 10살 때 클럽이 한 대회에 참가했는데, 상대 팀에 정말 강력한 9번 공격수가 있었죠. 우리 수비수들을 완전히 괴롭히며 밀치고 몸싸움을 걸었어요. 그러자 감독님이 나에게 뒤로 내려가 그 선수를 전담 마크하라고 지시했어요. 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그때부터 감독님은 나를 수비수로 보기 시작했어요.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난 10번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곤 했었죠. 지금은 최대한 훌륭한 수비수가 되는 동시에 득점까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압델모넴은 알아흘리 소속 3시즌 동안 115경기 출전 10개의 주요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이집트의 준우승을 이끄는 과정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아프리카 밖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프랑스 니스 입단 이후 시련이 찾아왔다. 이적 8개월 만에 전방십자인대(ACL)가 파열됐고 최근에서야 다시 1군 훈련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마흐무드 하산 '트레제게': '트레제게'라는 별명은 프랑스 축구 전설 다비드 트레제게에게서 따온 것이다. 별명만큼이나 선수 경력도 이집트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편에 속한다. 이집트 대표팀에서 90경기 이상 출전했고 20골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를 이집트 축구 역사에 남을 선수로 만들었다. 그는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어봤어요. 튀르키예에서는 놀라운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했고요. 필요하다면 그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이집트 대표팀에서 뛰는 것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31세가 된 트레제게는 이번 월드컵에 대표팀 내 가장 경험 많은 선수 중 한 명으로 참가한다. 동시에 현재 대표팀 동료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 시절 그의 플레이를 보며 성장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집트 축구를 대표해 온 선수이기도 하다.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게티이미지코리아

▲ 예상 선발 라인업: 4-3-3

모스타파 쇼베이르 - 모하메드 하니, 함디 파트히, 야세르 이브라힘, 아흐메드 파투흐 - 마르완 아티아, 모하나드 라신, 에맘 아슈르 - 모하메드 살라, 오마르 마르무시, 마흐무드 하산

▲ 이집트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이집트 팬들은 월드컵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그것이 이집트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응원단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이집트 국민은 집이나 카페에서 월드컵을 시청하게 된다. 필요하다면 찻잔 옆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경기를 보는 방식이 될 것이다. 북미는 카타르보다 훨씬 멀고, 이집트는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 대상국도 아니다. 미국 비자 신청 비용인 185달러(약 28만 원)만 해도 현재 이집트 최저임금인 132달러(약 20만 원)를 넘어선다. 여기에 항공권, 숙박비, 경기 티켓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경기장에서는 해외 거주 이집트인 가족들, 상대적으로 부유한 카이로 시민들, 기업 관계자들, 그리고 해외 주재 이집트인들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집트 축구 응원 문화의 상징이었던 울트라스는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오랫동안 가장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응원 집단이었지만, 2013년 이후 체계적인 탄압을 받아왔다. 이들은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고, 많은 구성원이 수감 된 상태다.

글= 사헤르 아흐메드(킹풋)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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