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1539원, 밤엔 1559원…환율 왜 야간에 더 튀나

박세환 2026. 6.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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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거래일 모두 야간 종가가 주간 종가 웃돌아
호가 얇은 야간장, 강달러·중동 불안에 급등락 확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외환당국 부담 커져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9.7원)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선 주간 거래보다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더 크게 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낮 장에서 눌렸던 원화 약세 압력이 미국 금융시장 개장 이후 다시 분출되는 양상이다.

거래량이 적은 야간장 특성상 강달러와 중동 정세 불안,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환율을 두고 외환당국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외환시장의 주간 거래가 열린 4거래일 모두 야간 종가(익일 오전 2시 기준)가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높았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504.30원에 마감했지만 야간 거래에서는 1512.90원까지 올랐다. 주간 종가보다 8.60원 높은 수준이다. 2일에도 주간 종가 1516.40원보다 2.60원 높은 1519.00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4일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529.70원에 마감한 뒤 야간 거래에서 1532.00원으로 2.30원 더 올랐다.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것은 5일 밤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539.10원에 마감했지만 야간 거래에서는 한때 1561.50원까지 치솟았다. 6일 오전 2시 야간 종가는 1559.00원으로 주간 종가보다 19.90원 높았다.

야간장에서 환율이 더 크게 뛰는 것은 거래 구조와 대외 변수의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야간 거래는 주간 거래보다 시장 참가자와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호가가 얇은 상황에서 달러 매수세가 몰리면 같은 규모의 주문에도 환율이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융시장이 열리면 달러화 강세, 미국 고용지표, 뉴욕 증시 흐름,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야간에는 호가가 얇아서 시장 변동성이 크면 급등락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급락도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국내 반도체주와 코스피 하락 우려가 커졌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원화를 확보한 뒤 이를 달러로 바꾸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미국의 고용이 견조할수록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진다. 원화 입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외국인 주식 매도, 강달러라는 악재가 동시에 겹친 셈이다.

외환당국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원화 약세가 겹치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비용이 더 커진다. 반대로 환율 방어에 무게를 두면 경기 둔화 국면에서 통화·재정정책 운용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시장 쏠림을 막아야 하지만 환율 수준 자체를 인위적으로 누르기에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

정부는 최근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 조정에 나섰다. 지난 4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후에도 환율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당국의 메시지가 잦아질수록 시장의 불안 심리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환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면에서는 당국의 발언 하나가 추가 개입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예민해진 시기에는 외환 당국의 메시지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DB

한은 안팎에서는 여전히 최근 고환율 흐름을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구조적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인식도 감지된다. 국내 금융 불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강달러,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 자금 흐름 등 대외 충격에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외환당국 향후 전략은 환율 수준 자체를 특정 선에서 방어하기보다 변동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구두개입 외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관리,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통한 달러 조달,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중 확대 등이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 시장에 직접 달러를 공급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다만 이런 조치들이 환율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원화 약세가 국내 수급만으로 설명되기보다 달러 강세,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외국인 자금 이탈에 크게 좌우되고 있어서다. 당국이 단기 쏠림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외부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고환율 압력 자체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특정 환율선을 정해놓고 막겠다는 신호를 주면 시장은 오히려 그 선을 지킬 수 있는지 시험하려 들 수 있다”며 “지금은 숫자 하나를 방어하기보다 환율이 너무 빠르게 튀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고, 불안 심리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관리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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