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변’ DJ 고향을 잃었다…신안군수 5선 실패 뒤 ‘진짜 민심’

섬이 많다고 해서 별명은 ‘천사(1004)섬’,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고향. 전남 신안군에서 치러진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남을 찾을 때마다 “김대중”을 외쳤지만 신안을 잃었다.
임자도 출신인 김태성 조국혁신당 후보가 1만5546표(51.95%)를 얻어 1만4376표(48.04%)를 받은 4선 군수를 지낸 도초도 출신 박우량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170표(3.91% 포인트) 꺾은 것이다. “신안의 제왕”으로 불리던 박 후보의 낙선은 민주당 내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김 당선인은 어떻게 군수 자리를 꿰찼을까.

그 배경에는 1028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 특유의 ‘소지역주의’가 있다. 바다로 가로막힌 지리적 특성상 각 섬별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가령 천일염의 탄생지인 도초도는 ‘소금집’ 동네, 비금도는 전복과 다시마 양식 섬으로 불리는 등 가까이 붙어있어도 이해관계가 전부 다르다”는 게 지역 정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기준 신안군의 예산규모는 7370억원으로 1인당 약 1746만원을 기록해 전남 평균인 1300만원보다 훨씬 많다. 군수가 예산을 어느 섬에 집중 투자하느냐에 따라 4년 안에도 발전 정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김 당선인은 박 후보의 지난 임기 동안 발전되지 못한 섬을 집중 공략해 ‘반(反)박우량 연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한 압해도는 박후보가 군수 시절인 2019년 준공된 압해대교(목포와 연결되는 연륙교)의 혜택을 직접 본 지역이다. 박 후보는 고향인 도초·비금면, 2023년부터 120억 원을 관광사업에 투입 중인 흑산면 등지에서도 우세를 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도 민주당 후보인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 지역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박 후보는 인구 수가 제일 많은 압해를 중심으로 인프라 건설 사업을 통해 지역 기반을 확보해 왔다”며 “하지만 오히려 연륙교 건설로 목포 등지로 인구 유출이 늘면서 본인의 세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됐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하며 극찬했던 ‘햇빛·바람 연금(신재생에너지 이익 공유제)’의 혜택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집중 설치된 안좌·지도·임자·비금에만 집중되자 “특정 섬만 군민이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또 하나의 작은 이변은 박 후보가 ‘퍼플섬’을 통해 관광을 유치해 지난 2022년 선거 당시 그를 뽑아줬던 안좌면마저 이번 선거에서는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받는 연금액이 다르고, 적으면 1달에 2~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주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퍼플섬 인기의 수혜도 반월·박지도 등 안좌 일부 지역에만 미쳤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20년 동안 곳곳에 쌓여온 불만을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응집했다. 24대, 27대 군수를 지내며 박 후보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고길호 후보와 과거 혁신당 출신이었던 해양 전문가 고봉기 후보, 최제순 전 문인협회 신안지부장 등이 지난 5월 김 후보의 손을 순차적으로 잡았다. 김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는 “박 후보와 같은 도초도 출신 후보가 둘이나 함께하면서 2~3%포인트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2년 전부터 신안의 모든 섬을 돌아다니며 생업에 도움 되는 후보가 되겠다고 호소했던 게 먹힌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애초에 공천하지 말았어야 한다”(호남 관계자)며 박 후보를 둘러싼 공천 잡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후보는 과거 세 차례나 탈당과 복당을 반복했음에도 공천 감점을 받지 않았고, 지난해 군수직 상실형을 받았다가 특별사면된 후 정청래 대표의 특보로 임명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박 후보의 가족이 신안 내 각종 사업에 관여한다는 취지의 의혹이 보도되자 김 당선인 측은 이 방송을 문자메시지로 대량 전송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의 지도부와의 유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폐쇄적인 시골 지역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대세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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