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北 도움 없인 못 버텨”…푸틴 자존심 긁은 공개서한, 왜

김지혜 2026. 6. 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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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종전 담판을 제안한 것은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러시아 엘리트층을 겨냥한 내부 분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 공개서한 구상은 지난달 말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서한에 담길 표현을 일일이 고르며,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불편하게 만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를 압박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고 러시아의 군사·경제·도덕적 한계를 부각하기 위해 작성된 이 서한은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4일 발송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가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유럽 동맹국들조차 이 서한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서한을 받은 푸틴 대통령은 “편지에 무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충족하는 최종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두 정상 간 회담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르몽드는 우크라이나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서한을 계기로 휴전에 나서거나 자신이 제안한 “정의롭고 존엄한 평화”에 곧바로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편지는 동시에 러시아 엘리트층과 국제 파트너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그들이 현 상황을 직시하고 전쟁 종식을 위해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한에서 4년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편지가 발송되기 몇 시간 전 우크라이나군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장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북한의 도움 없이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동맹국,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쇠퇴하는 강대국으로 묘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전쟁 피로감도 자극하려 했다. 정보기관 자료를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2027~2028년까지 전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군의 막대한 인명 피해도 부각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의 키릴 마르티노프 편집장은 “젤렌스키의 편지가 엘리트층과 군 수뇌부 내부에 적지 않은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치학자이자 ‘블라스트’ 편집장인 파리다 루스타모바도 “사회적·정치적 피로감이 커지는 시점에 나온 적절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이 종전 담판 제안을 거절하자 추가 공습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러시아 통치자는 계속 싸우려 한다”며 전날 밤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와 무기고,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석유 저장소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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