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이 나오려면…” 스페인 유소년 육성 전문가가 진단한 K리그

“선수 육성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과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이 ‘Made In K League(메이드 인 K리그·MIKL)’ 프로젝트를 통해 K리그 유소년 육성 체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도자 교육·연수를 넘어 K리그 유소년 아카데미의 운영 방식과 교육 철학, 조직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연맹의 본 프로젝트 파트너사인 스페인 유소년 축구 교육방법론 전문 기관 ‘스마트풋볼(Smartfootball)’의 컨설턴트 제라르 폰트는 지난달 28일 본지를 통해 “손흥민(LA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같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있는 환경과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KL은 연맹이 최근 수년간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추진한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지도자 교육, 연수, 국제대회 참가 등을 통해 유럽과 한국의 교육방법론 차원의 간극을 확인한 연맹은 단발성 연수보다 더욱 중장기적인 관점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지난해부터 K리그 유소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 작업이 진행됐다. 연맹의 프로젝트 팀은 각 구단의 교육방법론과, 이를 지탱하는 인프라와 조직 구조, 지도자 업무 환경, 연령별 대회 구조 등을 분석해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결과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로 발간됐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장 적용 단계에 들어갔다.

K리그 유소년팀과 연중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제라르 컨설턴트는 ‘아카데미 조직의 부재’를 한국 유소년 축구의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많은 구단이 체계적인 아카데미 조직보다는 각 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유소년 디렉터와 같은 핵심 역할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지도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집중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수 육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회 성적과 경기 결과 같은 단기 목표에 의사결정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유소년 시스템이 진정한 아카데미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선수 육성 방식의 변화도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제라르는 손흥민과 이강인 같은 선수들이 K리그 유스 시스템 안에서 배출되기 위해 대회 구조와 훈련방법론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연령별 대회 시스템이 설계돼야 하고, 훈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 유소년 축구가 신체 능력과 피지컬 향상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진단하며 인지 능력 중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라르는 “스마트한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경기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면서 “축구적인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연맹은 MIKL 프로젝트 하에 정기적인 현장 교육과 온라인 세션을 병행하며 K리그 유소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파트너사인 스마트풋볼 컨설팅팀을 연중 3회 초빙해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편, 2~3주마다 전 구단 지도자들과 온라인 세션을 진행해 MIKL 교육방법론의 현장 이식 과정을 밀접하게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본 프로젝트의 심도 있는 진행을 위해 스페인에서 1년간 파견 근무 중인 연맹 유스지원팀 노진근 프로는 “MIKL을 통해 현장의 지도자와 구단 프런트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가운데, 현장에서의 실질적 변화를 느끼고 있다”며 “훈련 체계와 교육방법론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장 지도자들의 성장은 물론, 구단 내부 협업 체계가 점진적으로 구축되는 등 변화의 시작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방향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며 향후 과제와 비전을 강조했다.
인천=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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