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죽어야 팔릴 것" 유영국의 산이 독보적인 이유
[전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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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1964. |
| ⓒ 전사랑 |
작품의 본질은 고향 산, 그 자체
"엄마, 왜 산 그림만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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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전경 |
| ⓒ 전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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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964. |
| ⓒ 전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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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962. |
| ⓒ 전사랑 |
보통 한 작가가 알을 깨고 나와 자신의 작품세계를 정립하는 데에는 오랜 탐구기간이 있지만 유영국에 경우에는 이미 초기부터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를 이미 알고 붓을 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영국 전시도록 <절대와 자유>에 실린 글에서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첩첩산중과 망망대해가 교차하는 시골에서 갑자기 코즈모폴리턴의 도시 도쿄로 와서 세계미술의 가장 앞선 경향을 단번에 선택하고 섭취하는 그 '비약'이야말로 일종의 신화적인 요소"라고 평했다.
응축된 산이 가진 생명력과 에너지
미술계에서 평가되는 유영국의 '신화적 요소'와는 달리 유영국 자신은 "예순 살까지는 기초 공부 좀 해 보고, 이후 자연으로 부드럽게 돌아가보자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제국주의가 일본을 장악하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울진에서 해방을 맞았고 그 기간 동안 부친이 운영하는 배에 올라 어획을 했다고 한다.
유학 후 생업에 종사했던 그는 김환기의 부름으로 서울에 올라와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내 1964년 이후 교수직도 그만두고 그룹전이나 미술협회에서 벗어나 고독하게 오로지 자신의 산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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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토>, 1961. |
| ⓒ 전사랑 |
보통 <작품>, <산>처럼 간결하고 의미를 배제한 대부분의 작품과 달리 유독 이 작품에만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제목이 붙었다. '해토'. 얼었던 땅이 녹았다. 생명이 재개한다. 전쟁과 피난, 생업, 가르치는 일 모두를 정리하고 오로지 화가로서 도약하겠다는 의지, 선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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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962. |
| ⓒ 전사랑 |
"그림이 안 팔리는 시대를 살았으나 팔린다는 생각에 구속되지 않음으로써, 나는 하고 싶은 생각, 하고 싶은 일을 그만큼 한 셈이란 생각도 한다. 안 팔리니까 빨리 그릴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었다."
동년배 화가들은 프랑스로, 미국으로 떠나 화단의 주목을 받을 당시, 유영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말이 얼마나 단단한 마음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외국에 나가는 대신 작업실로 가 칩거한 화가. 그는 동년배 화가들과의 비교도, 미술계, 학계에서의 욕심도 없이 그저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했다.
"설명이 요구되는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니고 군더더기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삶에서, 그림에서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유영국의 산을 보며 모두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세기 만에 모두를 아우른 거대한 산
자신의 작품이 시대에 앞서 간다는 것을 예측한 그의 말처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영국 탄생 110주년 전시의 반응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점심 시간을 쪼개 전시를 보러 온 직장인, 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노년층, k-pop을 넘어 한국 문화에 깊게 들어온 외국인 관람객들, 유영국을 포함해 한국의 굵직한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컬렉트 하고 있다고 알려진 RM에 힘입어 젊은 세대들도 제법 보였다. 말 그대로 반세기가 지나서야, 유영국의 산이 모두를 아우르고 있었다.
산은 언제나 변화하는 모습으로 그대로 우뚝 서 있다. 가장 단단하게, 수많은 생명과 생태계를 끌어안고 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산을 만나고 어떤 산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국 미술에서 유영국은 이처럼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유영국의 산도 생명력으로 꿈틀대면서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보는 이를 맞는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자주 그의 산에 오를 계획이다.
2026 한국근대 거장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기간: 2026년 10월 25일까지
관람료: 무료
참고
국제갤러리, 『Colors of Yoo YoungKuk』, 신명인쇄, 2022.
김인혜, 『살롱 드 경성』, 해냄, 2023.
국립현대미술관, 『유영국, 절대와 자유』, 미술문화, 2016.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6/05/18/O6GTWGFUVFHZNGWRMYDEU6Z7QM/
https://archive.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_s.jsp?ID=2021082100097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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