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특약] F조 네덜란드: 의외로 월드컵 무관, 부상 딛고 나아가는 '크루이프의 후예'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네덜란드 대회 플랜
로날드 쿠만 감독이 이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메이저 대회에 나선 적이 있었을까. 완벽주의적 성향과 강한 야망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은 축구의 일부다. 하지만 주요 대회를 앞두고 주전 선수 절반가량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거나 수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은 전혀 다른 문제다. 쿠만 감독은 올해 봄 "완전히 건강하고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만 선발하겠습니다"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토트넘홋스퍼 사비 시몬스는 4월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내년까지 복귀가 불가능하다. PSV에인트호번 예르디 스하우턴 역시 같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중앙 수비에서 주로 버질 판다이크와 호흡을 맞춰왔던 마티아스 더리흐트는 허리 부상 이후 아직 정상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다. 프렝키 더용은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고, 덴젤 둠프리스도 4개월 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티자니 라인더르스, 네이선 아케 역시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고 멤피스 더파이는 브라질 시즌 막판 심각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요한 크루이프 철학의 계승자인 쿠만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월드컵 예선에서도 전통적인 네덜란드식 4-3-3 시스템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전술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스웨덴, 튀니지와 함께 까다로운 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이제 네덜란드 축구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는 선수들보다, 가장 건강하고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덜란드축구협회(KNVB)는 최소 목표를 4강 진출로 설정했다. 하지만 쿠만 감독의 목표는 그보다 더 높다. 바로 우승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쿠만 감독은 지난 5월 FIFA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우리 팀을 보고 강한 강도로 경기하는 팀이라고 말해주길 바랍니다.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한 채 경기하길 원해요. 그리고 월드컵에는 이른바 약체로 분류되는 나라들도 있겠지만, 모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 감독: 로날드 쿠만
크루이프는 바르셀로나 시절 젊은 재능이던 펩 과르디올라와 쿠만을 같은 방에 배정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크루이프의 공격 축구 철학 아래 성장했고, 훗날 감독이 된 뒤에도 그 영향을 이어받았다. 쿠만은 네덜란드 축구 역사상 아약스, 페예노르트, PSV라는 3대 명문 구단에서 선수와 감독 모두 성공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덕분에 네덜란드 축구계 전반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대표팀 선수들과도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월드컵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시기에 찾아왔다. 그의 아내 바르티나는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다. 2010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2018년과 2023년 재발을 겪었다. 월드컵 예선 기간에도 쿠만 감독은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훈련 캠프를 잠시 떠나는 경우가 있었다. "캠프를 떠나야 했던 이유는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전처럼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고, 항암치료 부작용 때문에 쉽게 지칠 수밖에 없죠. 그래도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녀에게 힘을 줍니다."
▲ 핵심 선수: 버질 판다이크
오랫동안 네덜란드 축구의 상징은 공격수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가 부족해지면서 대표팀 최고의 경쟁력은 수비진으로 이동했다. 그 중심에는 판다이크가 있다. 이 리버풀 수비수는 사실상 경기장 위의 '쿠만 감독 대리인'이다. 33세 주장 판다이크는 라커룸과 경기장 모두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며, 대표팀과 협회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도 맡고 있다. 전술 문제에 대해서도 쿠만 감독과 자주 의견을 나눈다. 물론 감독의 신뢰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항상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계속 압박해야 합니다. 판다이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 언성 히어로: 미키 판더펜
판더펜은 토트넘에서 강등 경쟁에 휘말리며 네덜란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쿠만 감독은 잦은 근육 부상을 우려해 그를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판더펜은 대형 구단 유소년 시스템 출신이 아니다. 볼렌담과 볼프스부르크를 거쳐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올라왔다. 엄청난 스피드와 강한 태클, 그리고 끊임없는 활동량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표팀에서는 오랫동안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했지만, 월드컵 직전 마침내 선발 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 기억해야 할 선수
프렝키 더용: 어린 시절 아약스 유소년팀에서 뛰던 더용은 어느 날 1군 선수들의 훈련 상대 역할을 맡게 됐다. 보통이라면 주눅 들어 수비만 집중할 상황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거침없이 1군 선수들을 상대로 드리블을 시도하고 골까지 넣기 시작했다. 결국 코치가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아약스를 떠나기 전 파리생제르맹, 맨체스터시티,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 유럽 빅클럽들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더용의 마음은 처음부터 바르셀로나로 향해 있었다. 이유는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매년 바르셀로나에서 약 80km 떨어진 레스칼라 인근 캠핑장으로 휴가를 떠나곤 했다. 더용은 2019년 7,500만 유로(약 1,336억 원) 이적을 확정한 직후 유년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정말 행복한 기억이에요. 캠핑장 안에 축구장이 세 개나 있었죠. 어느 여름에는 바르셀로나 친선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어요. 호나우지뉴가 뛰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정말 믿기 힘들 만큼 흥분됐던 기억이 나요." 더용이 달고 있는 등번호 21번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는 할아버지 한스 더용을 기리기 위한 번호다. "입단식에 온 가족을 초대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 한스만 함께할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내가 21번째 생일을 맞은 날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래서 21번은 일종의 헌정이에요. 우리 할아버지는 엄청난 축구 팬이셨거든요."
멤피스 더파이: 어린 시절 한동안 유니폼 후면에 '데파이(Depay)'라는 성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이를 버렸다. 네 살 때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성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은 독특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에는 사자와 호랑이의 교배종인 라이거 새끼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레이드마크는 공 위에 양발을 올려놓는 기술이다. 그는 지난해 코린치안스와 파우메이라스의 경기에서 이 동작을 선보였고, 곧바로 양 팀 선수들의 대규모 몸싸움으로 번졌다. 이후 브라질축구협회는 해당 기술을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앞으로는 경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드컵 예선 기간에도 더파이다운 해프닝은 이어졌다. 브라질 자택에 여권을 두고 오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쳤고, 대표팀에 늦게 합류했다. "역시 멤피스답네요." 그럼에도 그의 가치는 여전히 분명하다. 더파이는 네덜란드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이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에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니얼 말런: 애스턴빌라를 떠나 AS로마로 임대 이적한 것은 확실히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말런은 세리에 A 데뷔 후 첫 12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며 2000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세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임대를 떠난 이유 자체가 빌라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대표팀 자리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아약스 유소년 시스템에서 축구를 시작한 후 2015년 아스널 유소년으로 이적했지만, 2년 후 PSV로 이적하며 자국으로 복귀했다. 2021년에는 보루시아도르트문트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2,100만 파운드(약 437억 원)에 빌라로 이적했다. 쿠만 감독은 더파이가 부상으로 고전할 경우 말런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말런은 측면 공격수로 활약할 것이다. 그는 공격수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철학이 있다. "저는 공격수입니다. 득점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고, 어시스트를 하고, 경기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합니다. 특별한 플레이를 보여주려 하고요."

▲ 예상 라인업: 4-3-3
바르트 페르브뤼헌 – 덴절 뒴프리스, 얀 폴 판헤커, 버질 판다이크, 미키 판더펜 -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프렝키 더용, 티자니 라인더르스 - 도니얼 말런, 멤피스 더파이, 코디 학포
▲ 네덜란드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미국이 확실히 기대해도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이 캔자스시티, 댈러스, 휴스턴을 뜨겁게 달굴 것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 팬들의 상징인 오렌지색 2층 버스는 월드컵 한 달 전 이미 미국으로 운송됐다. 이 버스는 네덜란드 대표팀이 경기하는 모든 도시를 따라 이동할 예정이다. 수천 명의 네덜란드 팬들은 도심 행진에 참여하고, 버스 위에서는 유명 가수와 DJ, 밴드들이 공연을 펼친다. 이는 네덜란드 응원 문화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또한 팬들은 네덜란드 응원가로 유명한 스놀레볼레커스(Snollebollekes)의 노래에 맞춰 좌우로 움직이는 '링크스-레흐츠(Links Rechts·왼쪽-오른쪽)' 응원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경기장을 주황색 물결로 뒤덮을 예정이다.
글= 빌버 학, 헤라르트 보르흐만(텔레그라프)
편집= 김진혁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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