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몽 철도 협력과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구상이 갖는 의미

고창남 2026. 6.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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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란바토르 대화에서 찾은 동북아 철도 협력의 실천적 해법

[고창남 기자]

 몽골을 방문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을 예방하고 "남-북-몽골 3자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 몽골 대통령실 제공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몽골을 방문해 오흐나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을 예방하고 남·북·몽골 간 3자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는 소식은 고착화된 동북아 외교 무대에 신선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번 면담에서 제시된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구상'은 단순한 교통망 연결을 넘어, 분단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륙 연계형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담대한 비전의 대외적 선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왜 몽골인가: 동북아 평화의 '최적의 파트너'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굳어지며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몽골이 갖는 외교적 자산은 매우 독보적이다.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오랜 기간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 역시 몽골을 '전통적 우방국'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몽골 정부가 주도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인 '울란바토르 대화(UBD)'는 북한이 국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울란바토르 대화는 동북아에서 북한을 포함한 역내 주요국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안보와 협력을 논의하는 유일무이한 다자간 대화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정동영 장관이 몽골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공존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규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중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체제 전환의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에 거부감이 없는 몽골을 매개로 삼는 '우회로 외교'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선택이다.

대륙을 잇는 대동맥: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구상

이번 방몽 성과의 핵심 화두는 단연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구상'의 공유다. 이 구상은 대한민국 서울을 출발해 북한 평양을 거쳐 중국 베이징까지 고속철도로 연결하고, 나아가 몽골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게 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그간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 횡단철도(TCR)의 연계 논의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고속철도 비전은 동북아의 핵심 경제 권역을 가장 최단 거리와 최고 속도로 묶겠다는 구체성을 띤다.

• 지정학적 '도입부'의 완성: 한반도는 남북 분단으로 인해 수십 년간 사실상의 '섬'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는 남북의 육로를 열어 한반도를 온전한 '반도'이자 대륙의 관문으로 되돌려놓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 다자간 윈-윈(Win-Win) 경제 효과: 이 철도망이 실현되면 한국은 유라시아 물류의 기종점으로서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의 시너지를, 몽골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내륙에 갇히지 않고 바다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통행세 수익과 인프라 개발이 절실한 북한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거대한 경제적 유인책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몽골 철도협력의 실천적 방안

정 장관은 몽골 측에 북한의 국제무대 복귀를 독려해 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3자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철도 협력은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안보적 신뢰를 요구하기 때문에 단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첫째,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 형태의 울란바토르 대화를 상설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철도망 건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복잡한 기술적 표준 규격(궤간 문제 등) 조율이 필요하므로, 남·북·몽골과 중국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철도 협력 실무그룹'을 이 플랫폼 내에 상설화하여 기술적·제도적 걸림돌을 우선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을 다자 경제 협력 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해 광역두만개발계획(GTI)의 재가입 촉구와 같은 실무적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몽골과 한국이 공동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철도 인프라 투자가 북한 체제의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셋째, 철도 연결에 앞서 에너지 및 자원 협력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몽골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북한의 노동력, 한국의 기술 및 자본과 결합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철도망의 효용성을 먼저 입증해 보이는 소규모 성공 사례(Small Success)를 축적해야 한다.

제언: 평화가 선행되어야 철도가 달린다

정동영 장관의 이번 구상은 냉전적 대립에 갇힌 동북아에 '대륙 지향적 미래'라는 희망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대북 제재의 촘촘한 그물망과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 그리고 미·중 갈등이라는 거대한 고차방정식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나 긴장 완화 없이는 철도 레일 한 조각도 북녘땅에 깔 수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당장 기차가 달릴 수 없다고 해서 선로를 그리는 작업마저 멈춰서는 안 된다. 몽골이라는 훌륭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라는 매력적인 청사진을 끊임없이 흔들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번 정 장관의 방몽이 일회성 외교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남·북·몽 철도 협력의 실질적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철길이 열리면 마음의 길도 열린다.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질주할 고속철도의 꿈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동북아 공동 번영을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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