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보다 金…전 세계 중앙은행 쓸어 담는다
달러 의존 축소·금값 급등 영향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월 2일(현지 시간) 발간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은 전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27%를 차지했다. 1년 전(20%) 대비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면 미 국채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22%로 낮아졌다.
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안정과 국제 결제, 금융 시장 위기 대응을 위해 보유하는 고유동성 자산이다. 그동안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중심은 미국 국채였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갖고 있고, 미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 국채보다 금을 선호하는 중앙은행이 늘고 있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달러 준비금을 동결하면서 달러가 정치·외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제기됐다. 금은 특정 국가의 부채가 아니고 제재나 지급불능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대체 준비자산으로 부각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금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강한 수요를 계속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3만6000t을 넘어섰다. 이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 시기에 근접한 규모다. 브레턴우즈 체제 당시 온스당 금 가격이 35달러로 고정돼 각국 은행은 통화 안전성을 위해 금 보유량을 늘렸다. 그 시기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은 약 3만8000t 수준이었다.
금값 상승도 비중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값은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1월에는 트로이온스당 5500달러(약 848만원)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ECB는 금값 상승 효과를 제외하고 2023년 말 금값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지난해 말 금 비중은 16%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로화 표시 자산 비중과 같고 미 국채 비중 26%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달러 자산 전체 지위가 흔들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표시 자산 전체 비중은 42%로 여전히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금이 미 국채를 앞질렀지만 달러 자산 전체 지위가 단번에 흔들린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속도도 둔화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연간 1000t이 넘는 금을 순매입했으나 지난해에는 850t으로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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