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소 1만명 시위…‘李명예훼손 출국정지’ 모스 탄 등장에 환호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재선거’ 실시를 주장하며 개표소를 봉쇄한 시위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사태의 중심지가 된 서울 송파구 개표소로부터 도심 곳곳으로 확산했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주변은 태극기를 두르거나 ‘재선거’라고 적힌 팻말을 든 사람이 모였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오후 5시30분 기준 약 1만명이다. 집결 인원은 이날 오전 1시 6000명 수준에서 오전 7시에는 500명 정도로 줄었다가 날이 밝으며 다시 불어난 상태다. 개표소로 쓰인 핸드볼경기장 건물을 둘러싼 이들은 전날부터 투표함의 반출을 막고 있다. 개표소에 고립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시위 참가자를 피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핸드볼경기장 옆의 KSPO 돔(올림픽체조경기장) 근처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재선거”라고 반복해 외치는 시위 참가자로 가득했다. 일부는 팻말을 벽이나 안내 게시판에 붙이고 있었다.
점심시간 전후로 시위 현장에선 나눠 마실 음료수를 사들고 오는 사람, 김밥을 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간식류가 하나도 없다”며 “에너지 음료 지원 부탁한다”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위대는 ‘인간 띠’를 만들어 개표소의 8개 출입구를 봉쇄하면서도, 출입문을 지키는 경찰 교대 인력에는 길을 터주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이랑 충돌해서 핑계를 주지 말자”라고 했다. 경찰은 기동대 약 400명을 투입해 경기장 주 출입구 등에 배치했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일부 청년이 견장처럼 어깨에 초록색 테이프를 붙이고 경광봉을 든 채 자체적으로 통행을 관리했다.
‘경찰 출석 불응’ 모스 탄 등장…전한길·황교안도 합류
애국가를 부르고,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도 다수였다. 휠체어를 타거나, 아이와 반려견을 데리고 온 사람도 보였다. ‘윤 어게인(Yoon again)’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춰라)’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시위에 참석한 경기도 평택 출신 한모(49)씨는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이 있는데, 재선거하는 게 당연하잖냐”며 “이건 시위가 아니고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오후 4시45분쯤에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본명 전유관)씨 등이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 합류했다. 앞서 이날 전씨는 종로구 광화문광장 부근에서 열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 집회 무대에 올라 “투표용지 부족은 부정선거를 20여년간 해왔던 그들 세력의 마지막 꼬리가 잡힌 결정적 증거”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오후 6시58분쯤에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시위 현장에 방문해 참가자가 환호하기도 했다. 탄 교수가 인파 사이로 이동하자 시위 참가자는 ‘셀카’를 촬영하고, 발언할 때는 “USA”를 연호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탄 교수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출국이 정지된 상태다. 이날 시위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도 함께 참여했다.
K팝 인파까지 아수라장…청와대서도 시위
특히 이날부터 이틀간은 올림픽공원 KSPO 돔과 88잔디마당에선 하이브가 주최하는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 공연이 진행되고 있어 인파가 겹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오후 5시30분 기준 올림픽공원에는 4만~4만2000명이 방문 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앞서 오후 1시30분 2만6000~2만8000명이었던 것보다 더 붐비는 상태다. 공연 주최 측은 개표소 봉쇄 시위로 인해 이날 입장 팔찌 수령 장소로 쓸 예정이었던 핸드볼경기장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청와대 앞에선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유튜버 등이 집회를 벌였다. 오후 4~6시 진행된 해당 집회 참가자는 ‘투표권 박탈한 선관위 해체’ ‘참정권 침해 재선거 실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자의 이름과 성별 등이 적힌 선거인명부 대조전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개보위에 따르면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해당 사안에 대해 신고했고, 개보위는 선관위가 보관해야 하는 자료가 유출된 것인지 등의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함이 반출된 뒤 시위대가 현장에 남아 있던 선거인명부 대조전표를 발견해 촬영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하면서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있었다.
김창용·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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