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6.25 참전용사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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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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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참전유공자인 아버지가 제복을 입었다. |
| ⓒ 이혁진 |
오늘은 현충일, 이른 아침 조반을 먹기 전 아버지와 잠시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뜻을 기려 과거에는 현충일에 가무를 즐기거나 놀러 가는 것을 자제하기도 했다. 호국정신이 다소 퇴색해 현충일이 순국선열 등 국가 유공자와 유가족을 위한 행사로 치부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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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전 참배 간 서울현충원 |
| ⓒ 이혁진 |
아버지는 6.25 전쟁이 터지자 피난 중 대구에서 입대하고 1959년 장교로 임관해 군에서 20년 가까이 복무했다. 이북 고향과 부모, 형제를 떠난 실향민의 외로움과 슬픔을 군에서 달래기도 했다. 제대 후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북 출신의 차별과 수모를 견디며 살았다. 그러나 아무리 외롭고 서러워도 이들에겐 통일과 귀향의 꿈이 있었다.
아버지의 수송병과 장교 임관 동기 22명은 제대 후 돌아가며 매달 모임을 가졌다. 어린 내 눈에도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전우애가 보였다. 생전의 어머니는 집에서 모임을 갖는 날이면 음식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자식들도 음식을 나르고 심부름했다. 남편들이 작고해도 부인들이 대신 참석하면서 전우 모임은 40년 이상 지속됐다.
내가 아버지와 그 전우들의 활동을 보며 느낀 것은 참전용사의 긍지다. 전쟁에서 국가를 지켜낸 분들의 자부심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제 전우 중에 아버지를 포함해 두 분만 남았다. 한 분은 요양원에 계시다. 전쟁을 생생히 증언하고 유지를 남길 분이 없는 것이다. 내가 간간이 아버지의 참전 체험과 실향민 활동을 구술로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힌 이북 고향 가는 길은 언젠가 뚫려"
회고하건대 아버지 전우들은 대부분 통일을 유언으로 남겼다. 후손들은 그 유지를 받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참전 유공자 후손들조차 희생과 유훈을 잊고 지내는 형편이다. 이제와 과연 통일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나도 칠십 세를 넘기며 통일이라는 '희망고문'에 마음만 조급하다.
역사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희생과 용기를 잊지 않는다. 이 뿐 아니다.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해방과 전쟁 속에 고향과 가족을 잃어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지켜낸 참전용사 아버지도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참전용사 아버지는 이제는 과거의 영광도 명예도 모두 내려놓았다. 오로지 바라는 것은 다시는 이 땅에 전쟁 없는 평화가 깃드는 것이다. 후손들에게도 희망과 기대를 아끼지 않는다. 아버지는 "꽉 막힌 이북 고향 가는 길도 언젠가 시원하게 뚫릴 것이며 그것이 사람 사는 이치"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백 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아침에 눈 뜨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씀 하신다. 인생에서 살아있는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아버지 말씀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 현충일! 오늘 자식으로 해드린 것은 아버지 손을 잡고 만수무강을 기원한 것뿐이다. 이에 아버지는 "현충일에 자식과 대화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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