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AI와 다르게 생각해" 수업 때 딱 하나 바꾸니 아이들 답이 달려졌다
[이제은 기자]
"선생님, 챗 GPT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수업 중 한 학생이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가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AI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답을 얻고, 다시 묻는다. 손가락 몇 번이면 어떤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이 돌아온다. 생성형 AI는 어느새 교실과 가정 깊숙이 들어와 학습의 일부가 되었다.
이 변화 앞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비슷한 불안을 품는다.
"AI가 대신 생각해주면 아이들의 사고력은 약해지는 것 아닐까?"
"글쓰기와 문해력이 더 무너지는 건 아닐까?"
실제로 우려되는 장면도 적지 않다. AI가 작성한 글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 소비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AI가 생성한 문장은 매끄럽고 그럴듯하다. 문제는 그 문장이 아이 자신의 생각인지 아닌지를 아이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AI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아이들이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다.
최근 학생들과 진행한 '질문 기반 AI 독서 활동'은 이 고민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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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읽은 뒤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으로 AI와 대화를 나누도록 했더니 아이들의 질문의 결이 달라졌다.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왜 주인공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 이야기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점이 닮았을까?"
그 질문을 가지고 AI와 대화했다. 흥미로운 것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의 답을 들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다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AI는 이렇게 말했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AI가 답을 '완성'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촉발'하는 도구로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활동이 반복될수록 질문의 결이 달라졌고, 아이들은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의심하고 반박하기 시작했다. "AI는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 그 한문장 안에 비판적 사고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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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현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 사용을 막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AI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다.(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그런 점에서 질문은 문해력의 핵심이며, AI 시대일수록 그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AI는 빠르게 답을 생성한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피상적인 질문에는 피상적인 답이 돌아오고, 깊이 있는 질문에는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답이 온다. AI를 잘 쓰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는 타이핑 속도가 아니라 질문의 깊이에서 갈린다.
교육 현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 사용을 막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AI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다.
이것든 수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AI에게 답을 받아왔을 때 "맞아?"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어봐 주는 어른 한 명이, 아이의 사고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질문하는 어른 곁에서, 질문하는 아이가 자란다.
AI시대 문해력은 '더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다. 질문하고, 연결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여전히 책과 질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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