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인데 다른 쓰레기봉투, '선 넘기'가 일상인 도시
[김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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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도청신도시는 예천 반, 안동 반으로 이뤄진 도시다. 한 지붕 두 가족이다. |
| ⓒ 김대홍 |
경북도청신도시의 특성 때문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도시 절반은 예천, 또 절반은 안동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같은 생활권이지만 행정구역상 예천군과 안동시로 나눠진다. 한쪽에선 예천군의원, 한쪽에선 안동시의원을 뽑는다.
내가 사는 곳은 예천권역이다. 자전거를 타고 10분쯤 가면 안동권역이다. 한묶음으로 붙어 있는 도시에서 각기 다른 지방의원을 뽑는다. 흰자는 하나이지만 노른자는 두 개인 계란과 같은 모양새다.
처음에 사람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경북도청신도시'라 말했다.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지명은 없기 때문이다. 재차 '그래서 어디냐'고 묻는다. 예천이라 말한다. 생소한 지명이다. "거기가 어딘데"라 다시 질문이 돌아온다. '안동 옆'이라 말하면 "아, 안동이구나" 하면서 끝이 난다.
우리는 경북도청신도시에 살지만 행정구역상 절반은 안동시민이고, 절반은 예천군민이다. 그리고 경북도청신도시 주민이다. 이 곳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자기들 이해하기 편한 대로 안동이라고 이해하거나 "안동 옆 뭐더라" 정도로 기억한다. 우리끼리는 보통 '도청 사람'이라고 한다.
명칭이야 그렇다 치지만 정작 행정 측면으로 들어가면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긴다. 당장 쓰레기 봉투 문제다. 주소지에 따라서 누군가는 '예천군' 쓰레기봉투를, 또 누군가는 '안동시' 쓰레기봉투를 사야 한다. 겨우 길 하나 사이다.
경계에 사는 사람은 더욱 난감하다. 동네 주민 O씨(교사, 44)는 매달 초가 되면 지역상품권 구매로 신경을 곤두세운다. 본인이 사는 아파트는 예천과 안동 경계다. 필요한 물건에 따라 어떤 것은 예천 지역 상점에서, 어떤 것은 안동 지역 상점에서 사야 한다.
항상 지역상품권을 예천과 안동 2곳 다 사야 한다. 2중 지출이 발생한다. 더불어 지역상품권은 워낙 인기가 많아 판매 시작하자마자 장 마감이다. 이른바 '오픈 런'이다. 동시에 2군데 상품권을 다 사야 하는데 그게 마음 같지 않다. 결국 한 군데만 사고, 다른 지역은 못 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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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에서 10분 거리인 하회마을은 경북도청신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하지만 신도시에서 절반만 할인 혜택을 받는다. 하회마을은 안동시 행정구역이기 때문이다. |
| ⓒ 김대홍 |
경북도청신도시 인구는 2만3165명(2026.3)으로 예천군(인구 5만3670명, 2026.3)에 대해선 물타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안동시(인구 15만2097명, 2026.3)에 대해선 물타기가 불가능하다. 똑같은 동네에서 똑같이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다르니 예천권역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낀다.
지난해 3월 의성-안동 산불이 일어났을 때 경북도청신도시 주민들은 모두 피해자였다. 매캐한 연기를 모두 맡아야 했고, 밤하늘이 까맣게 덮인 걸 보며 공포에 떨었다. 그런데 산불 재난 지원금은 안동권역 주민들만 받았다. 예천권역 주민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꼈다.
지원금뿐만 아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은 신도시에서 10분 거리다. 거리가 가까워 신도시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여기서도 감정 상하는 일이 일어난다. B씨(주민, 38)의 말이다.
"하회마을은 주소지가 안동이에요. 그래서 안동시민만 할인 혜택을 받아요. 똑같이 신도시 사람인데 말이에요. 저는 이것도 차별대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많은 경북도청신도시 부모들은 유교랜드와 곤충생태원을 즐겨 찾는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편 가르기 혜택이 생긴다. 유교랜드는 안동시민만, 곤충생태원은 예천군민에게만 할인 혜택을 준다.
경북도청신도시 사람들은 가로 5km, 세로 2.5km인 도시 내에서 주로 생활한다. 이 도시에서 잠을 자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쇼핑한다. 거의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행정구역에 따라서 정부 지원이 달라진다. 안동은 인구 소멸지역, 예천은 인구 비소멸지역이라는 차이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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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도청신도시에서 운영중인 공영자전거. 예천군이 운영 주체지만 신도시 내 안동시 사람들도 혜택을 입는다. 양 지자체가 조례를 고치고 적극 협력했기 때문이다. |
| ⓒ 김대홍 |
주도적 운영은 예천군 몫이다. 시스템 구축, 운영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스마트 앱(타이소) 관리, 자전거 유지보수, 재배치 및 안전지도를 책임진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예천 반, 안동 반이다. 안동시 협력이 없다면 공공자전거 서비스에서 도시민 절반은 소외된다. 풍천중학교, 경북경찰청, 경북도청, 경북도교육청 학생들과 직원들은 안동권역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도 공공자전거가 배치돼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
이건 예천군이 조례를 고치면서 가능해졌다. '예천군 공공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운영 범위를 '경북도청 신도시 내'로 명시했다. 행정구역상 안동시 구역이라 해도 '신도시'라는 특수 구역 안에서는 예천군 자산이 움직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안동시 역시 관련 조례를 만들어 타 지자체(예천군) 장비가 들어올 수 있게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안동시는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고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행정상 양보를 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적용 부분. 예천군이 가입한 공공자전거 보험은 이용자 위치가 예천군인지 안동시인지 상관없이 신도시 구역 내라면 적용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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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밀리파크는 경북도청신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신도시 내에서 예천군, 안동시를 가리지 않고 모두 혜택을 받는다. |
| ⓒ 홈페이지 캡처 |
지자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다. 현재 신도시 내에서 예천군(호명읍) 거주자가 1만 6000여 명, 안동시(풍천면) 거주자가 약 4000명 정도다. 예천군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방세가 안동시를 압도한다.
1단계 사업지 내 민간아파트의 80%가 예천쪽이다. 취득세와 재산세 또한 예천 비중이 훨씬 높다. 예천쪽은 대단지 아파트와 상업시설, 안동쪽은 주로 공공기관 위주인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공공기관은 취득세나 재산세 면제 대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도시 내 세금 납부에서 예천과 안동시 차이가 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 신도시 1단계 사업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2단계 개발이 완료되면 안동 지역에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그렇게 되면 안동과 예천쪽 세금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리라 전망된다.
세금과 선거구 문제는 양 지자체를 가르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은 갈등 요인이지만 한편으론 협상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협상과 협력은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 더 필요한 능력이다. 양 지자체와 의회가 이 독특한 체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렇게 만들어갈 미래가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 동네 주민 3인인 S(주부, 35), O(교사, 44), B(주민, 38)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에 녹여냈습니다.
※ 앞으로 <또다른 제비집><생태도시><기피시시설이 가까운 도시><심장이 없다><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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