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금] 원화 국제화의 그림자…노조 "FX는 뉴욕, 결제는 한국 야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이 원화 국제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24시간 외환시장에 이어 역외 원화결제를 뒷받침할 한국은행 금융망(BOK-Wire+) 운영시간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운영할 사람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원화결제 확대에 따른 야간 교대근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배경이다.
6일 한국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이달 초부터 서울 중구 한은 본관 로비에서 점심시간을 전후로 피켓 시위를 벌이며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내건 피켓에는 "역외 원화결제 성공은 24시 교대근무 환경부터 시작", "24시 교대근무 환경 개선 촉구 서명운동", "역외 원화결제 성공적 도입 위해 노조 요구 수용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특히 "야식비 5천원 주고 야간근무 실시?", "조합원 96% 반대"라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노조는 최근 사측이 제시한 교대근무 방안에 대한 조합원 의견수렴 결과 응답자의 96%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해외 사무소 활용을 통한 교대근무 최소화 ▲교대근무자 사전 서면 동의 ▲야간근무 및 비번 종료 후 다음 영업일 휴게시간 보장 등이다.
강영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은 "외환 관련 업무는 해외 사무소를 활용해 런던이나 뉴욕 쪽으로 대응하기로 했는데 원화결제는 한국 직원들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5개 조가 순번에 따라 야간근무를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직원들은 야간근무 이후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등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오는 9월 예정된 한국은행 결제망(BOK-wire) 운영시간 확대와 맞물려 있다.
외환시장 업무의 경우 뉴욕과 런던 등 해외 사무소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지만 원화결제는 국내 결제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어 국내 인력 의존도가 높다.
노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야간 교대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하고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고위험·비정상적 근무환경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원화결제 확대는 달러-원 거래시간 연장을 넘어 원화 국제화와 연결된 문제"라며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이를 운영할 인력에 대한 지원과 보상 체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 국제화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이면에서 누가 밤을 지킬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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