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토마토에서 시작된다…나를 위한 가장 단순한 한 끼 [쿠킹]
혼자 먹는 밥은 종종 대충 먹는 끼니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나를 돌보는 한 끼〉는 그런 혼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페 푸드 전문가 김희경 카페시트롱 대표가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한 접시를 소개합니다.
나를 돌보는 한 끼 ④ 토마토 카르파치오

6월이 되면 부엌의 풍경부터 달라집니다. 뭉근하게 오래 끓이던 냄비는 잠시 넣어두고, 대신 차갑게 식힌 접시를 꺼내게 됩니다. 불 앞에 서서 오래 조리하기보다, 시장에서 잘 익은 채소 하나를 고르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이 계절의 공기를 가장 잘 품고 있는 식재료입니다.
햇빛을 오래 머금은 붉은빛, 입안에서 툭 터지는 수분감, 그리고 잘 익은 토마토를 먹을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향까지. 여름의 시작은 늘 토마토와 함께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익은 토마토는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보기보다 묵직하고, 꼭지 근처에서는 은은한 풋내와 단내가 함께 올라옵니다. 그래서일까, 너무 차갑게 얼어붙은 냉장고 속 토마토보다는 실온에서 천천히 제 향을 되찾은 토마토가 훨씬 맛있습니다. 차갑게 굳어 있던 과육이 서서히 숨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 마음도 어쩐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마토 카르파치오는 아주 단순한 음식입니다. 얇게 썬 토마토를 접시 위에 겹겹이 펼쳐 담고, 그 위에 좋은 올리브오일과 비네거, 소금, 후추를 넉넉히 뿌립니다. 여기에 좋아하는 허브와 케이퍼를 조금 더하면 완성되는데, 이렇게 단순한 구성일수록 재료 자체의 힘과 균형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충분히 잘 익은 토마토가 아니면, 이 한 접시의 의미는 전혀 달라지니까요.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올리브오일과 만났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토마토 카르파치오에는 좋은 올리브오일이 꼭 필요합니다. 향긋한 오일이 토마토 위를 천천히 감싸 안으면, 날카롭던 산미는 둥글어지고 향은 한층 부드러워집니다.
이제 실온에 두어 제 온도를 되찾은 토마토를 얇게 썰어 접시에 올립니다. 포개어진 붉은 단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여름의 색을 한 장씩 펼쳐놓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 싱그러운 허브 향이 더해지면 식탁 위의 공기까지 가벼워집니다.
토마토 카르파치오는 홀로 마주하기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한 식사라기보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휴식에 가깝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바람을 맞으며 먹는 한 접시는, 초여름의 공기까지 함께 베어 무는 경험이 됩니다. 아무 말 없이 포크만 조용히 움직이는 점심도 생각보다 꽤 근사합니다.
6월의 식사는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 불필요한 힘을 덜어내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허전하지도 않게. 잘 익은 토마토 한 접시는 조용한 여름 오후 하나쯤은 충분히 채워줍니다. 그리고 토마토 카르파치오는 그 균형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Today`s Recipe 김희경의 토마토 카르파치오

“부라타 치즈를 곁들이면 토마토의 산미가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지고, 담백한 사워도우 브레드는 올리브오일과 토마토의 수분을 함께 머금으며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줍니다.”
재료 준비
재료(1~2인분) : 잘 익은 토마토 2개 (주먹 크기),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2큰술, 발사믹비네거(또는 화이트와인 비네거) 1큰술, 굵은 소금 1/4작은술, 굵은 후추 약간, 좋아하는 허브 약간 (바질, 이탈리안 파슬리, 처빌, 세이지 등), 케이퍼 3~4알
만드는 법
1. 토마토는 실온에 두어 충분히 온도를 되찾아준다.
2. 토마토를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3. 가능한 한 얇게 슬라이스해 접시에 겹겹이 펼쳐 담는다.
4. 올리브오일과 비네거를 골고루 뿌린다.
5. 굵은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려 간을 맞춘다.
6. 허브와 케이퍼를 올린다.
김희경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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