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대륙이 멈춘다"…'가오카오'가 뭐길래[중국. zip]
건설 작업 및 공사, 자동차 경적 등 금지
편집자주
거대하고 복잡한 중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방면의 재밌는 이야기를 파헤쳐 알짜배기만 쏙쏙 '압축 해제'해 드리는 연재 기획입니다.
매년 6월이 되면 중국 대륙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시험장 주변의 공사는 전면 중단되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면 공안의 제재를 받는다. 심지어 첨단 부정행위를 막겠다며 인근 기지국의 무선 신호까지 완벽히 차단한다. 이토록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응원 열풍은 뜨겁다. 수험생 어머니는 시험 한 달 전부터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준비한다. 때론 아버지도 치파오를 입고 응원 전선에 뛰어든다. '승리·행운의 상징'인 붉은색 치파오는 매년 수험생 부모들의 응원복이다. 가족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옷을 맞춰 입고 시험장 앞에서 합격을 기원한다. 이 진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바로 중국의 대입 시험 가오카오(高考)다.
매년 화제 되는 논술 주제…中 정부 고민 고스란히가오카오는 보통 3일 이상 진행되는데 지역별로 하루 정도 추가되기도 한다. 언어영역, 수학, 영어, 물리, 화학, 역사, 지리 등의 과목을 하루에 2, 3과목씩 보는 식이다. 점심식사는 시험 중간 쉬는 시간 때 집에 가서 한다. 휴식을 취한 후 오후 시험을 치러 시험장으로 향한다.
매년 화제가 되는 것은 첫날 치러지는 언어영역의 논술(작문) 문제다. '중국의 시대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정부의 고민과 원하는 사상, 사회 문제 등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2015년엔 무단횡단한 아버지를 신고한 딸의 내용을 제시한 후 아버지, 딸, 경찰 중 누가 옳은지 편지를 쓰는 내용이었다. 2018년엔 '2035년의 18세 청년에게 보내는 타임캡슐 편지'가 출제됐다. 작년엔 마라톤의 고비를 넘기는 '제2의 호흡' 이라는 주제와 숏폼 시대 속 글의 가치 등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졌다. 또 공통 문제로 애국심과 꿈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다른 주제가 제시되며 매년 포털사이트 등에는 '모범 답안 쓰는 법'이 공유된다.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기간은 '중국 전체가 멈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올해 공안부는 17개 시험장에 600명 이상의 경찰관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각 시험장 입구에는 신분증 분실 등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임시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직장인들 출근 시간도 시험 시간과 겹치지 않게 변경된다.
특히 시험장 주변의 건설 작업 및 공사, 홍보 방송, 자동차 경적 등 소음은 모두 금지한다. 시험 기간 동안 시험장 주변 기지국 247곳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529곳의 기지국은 주파수 감축 조치를 시행하여 시험 구역 내 무선 신호를 완벽하게 차단해 무선 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엄격히 방지한다. 전력 공급국은 각 시험장에 전력 전문가 119명을 배치하여 24시간 내내 회로 위험을 점검해 시험장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또 고온,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 등에 대비해 시험장 근처엔 차양 통로를 설치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실시간 번역, 음성 비서, 사진·영상 촬영, 정보 검색 기능을 갖춘 AI 안경이 잇따라 출시됨에 따라 중국 교육 당국은 수험생 안경 검사까지 강화하며 첨단 부정행위 차단에 나섰다. 어떤 이유에서든 기기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스마트 안경 등을 시험장에 반입하는 것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가오카오 기간엔 AI 플랫폼 내 문제 촬영·풀이 기능도 제한된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시간에만 문제 촬영·인식과 해설 등 기능이 일시적으로 막힌다. 작년 대입 시험 기간에도 여러 AI 플랫폼이 규제 당국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시험 관련 기능을 통제했는데 올해는 통제 강도가 더 높아졌다.
매년 인기인 치파오, 유통업계는 응원 제품 마케팅


대입 시험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한 달 전부터 치파오를 준비한다. 치파오의 '치'는 '군대가 깃발을 펼치자마자 승리한다'는 뜻의 '치카이더셩'(旗開得勝)과 발음이 같아 학부모들이 수능 당일 입는 의상으로 꼽힌다. 날짜별로 다른 색을 입기도 한다. 첫날은 붉은색, 둘째 날은 초록색, 마지막 날은 노란색을 입는다. 붉은색은 '좋은 시작'을 상징한다. 녹색은 '순조로운 항해', 노란색은 '시험의 성공을 상징'한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시험 한 달 전부터 제작 주문하는데, 올해는 대나무 패턴이 들어간 치파오가 인기다. 또 "행운을 빌어" "승승장구하길" 등이 써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학부모도 많다.
유통업계는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에 나선다. 시험 성공을 기원하는 용품 해바라기, 딩성가오, 쫑즈 키링 등도 인기다. 해바라기(葵花)의 발음 '쿠이'와 '단번에 장원을 차지한다'라는 성어의 '쿠이' 발음이 같다. '반드시 승리한다'는 뜻이 있는 디저트 딩성(定勝)가오, '합격하다'의 '쫑'(中)과 발음이 비슷한 중국식 전통 음식 쫑즈의 '쫑'도 인기다. 올해는 생강(姜), 동전(?), 100위안이 들어간 복주머니가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는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식단에 대한 의견도 뜨겁다. '대입 시험 먹거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과일, 견과류, 두뇌 회전에 좋은 초콜릿 브랜드, 정신을 맑게 해주는 레시피 등 다양한 내용이 검색된다.
자녀의 대도시 명문대 진학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해 매년 논란이 된다. 이를 가오카오 이민이라고 한다.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산둥, 허난, 허베이 등 성에서 톈진, 하얼빈, 랴오닝 등 입학 합격선이 비교적 낮은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현상이다. 혹은 대도시로 옮기기도 한다. 거주지를 옮기면 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맹점을 가진 이들이 행하는 수법이다. 이는 가오카오가 단순한 대입 시험을 넘어 중국 내 곪고 있는 심각한 지역 격차의 불평등,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교육 당국은 매년 "허위로 호적(주소)을 이전하거나 다른 성(省)에서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검증 후 자격이 박탈되며,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신원조회 기록에 정보가 등재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교육 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가오카오 응시자는 1290명이다. 이는 작년 1335만명보다 약 45만명 감소한 수치다. 지난 10년 동안 시험 응시자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24년엔 1342만명, 작년엔 1335만명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다. 중국 전문가들은 가오카오 응시자가 매년 감소하는 것에 대해 "대학 졸업장이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젊은 층이 현실적인 통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가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직업 교육 경로를 확대하면서 직업 특성화 대학 등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또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도 언급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역대 최대인 약 122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져나온 지난해 8월에는 18.9%까지 올랐다가 작년 4분기 이후 16∼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중국 대학 졸업생 수는 지난해보다 많은 1270만명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중국의 연간 대졸자 수는 2035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세훈 정원오 역전 순간 '수십억 원 순식간에 잃었다'…서울시장 베팅한 외국인들 '비명'
-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투표용지 안 줘도 모른다"…용지 부족 사태에 소환된 드라마 장면
- 그냥 배탈 아닙니다…전 세계 150만 명 숨졌다
- '단 1표'에 엇갈린 희비…재검표 끝에 극적 승리
- "더는 이런 모자란 집단과 일 못해"…선관위 저격한 송파구 공무원
- "선생님, 우리 아들 옷 좀 보세요"…'학폭 의혹' 제기한 학부모에 "증거 없다"는 담임, 무슨 일
- "핸드크림 바른 손으로 '이것' 만지면 큰일"…의사 경고한 이유
- 대형마트서 장난 한 번 쳤다가 4800만원 배상…라이터에 살충제 뿌린 대만 20대男
- "아내 몰래 주식으로 1억 벌었는데, 어떻게 하면 안 혼날까요?"…남편 고민에 '와글와글'
- "생선 냄새 때문에 화났다"…동료 경찰에 권총 겨눈 美형사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