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외길' 주가 50배 급등…'아픈 손가락' 키옥시아의 약진 [뭔日있슈]
낸드플래시 주력해 경쟁 밀렸지만
AI붐에 데이터센터 수요 늘자 호실적 반전
편집자주
도쿄에 상주 중인 국제부 기자가 한 주간 일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지난주 소프트뱅크에 이어서 이번 주 일본 증시를 달군 것은 바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입니다. 지난 3일 장중에는 주가가 7% 넘게 오르며, 대장주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는 순간도 있었는데요.
일본 언론들은 해당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상장 당시 약 8000억엔(7조6702억원) 정도였던 키옥시아의 시가총액이 45조엔(431조원)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죠. 2024년 말 상장 당시 공모가 1440엔(1만3816원)이었던 주식은 어느덧 주당 8만엔(76만원) 근처로 치솟았습니다. 오타 히로오 키옥시아 사장은 일본 언론에 "나도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키옥시아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기업입니다. 키옥시아의 모태는 도시바인데요. 2015년 분식 회계 사태, 원전 사업 손실 등으로 경영난을 겪던 도시바는 결국 핵심 사업이었던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합니다. 미국 베인캐피털, SK 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2018년 이를 2조엔(19조원)에 인수했고, 2019년 지금의 키옥시아로 사명을 바꾸게 됐죠.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죠. 메모리 반도체는 연산 과정에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D램, 그리고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로 나누는데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은 두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반면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 하나에만 주력하는 회사입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었죠. PC,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은 수요 둔화로 계속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2023년, 2024년 키옥시아는 대규모 적자까지 냈습니다. 이 때문에 상장도 계속 연기되다가 겨우 지난해 12월에 이뤄냈죠.
반전의 계기는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이곳저곳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하면서, 장기간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게 된 것인데요.

낸드플래시를 찾는 곳이 많아지면서 키옥시아의 실적도 급반등하게 됩니다.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2조3376억엔(22조4124억원), 수익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어난 5544억엔(5조3154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2027년 3월기(2026년 4월~2027년 3월) 순이익은 도요타자동차를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낸드플래시 하나에만 주력했던 키옥시아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상승한 소프트뱅크와 키옥시아를 비교하는 기사가 많았는데요. 소프트뱅크는 오픈AI 등 AI 관련주에 대거 투자해 수익을 보고 있지만, 키옥시아는 본인만의 먹거리로 수익을 내고 있기에 차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3~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있죠. 일단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개선됐지만, 언제까지 호조가 이어질지 모르죠. 특히 아사히신문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중국 업체까지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주식 분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본 주식은 기본 100주 단위로 거래되는데요. 키옥시아 주식이 8만엔(76만원) 근처까지 오르면서, 최소 투자금액도 780만엔(7478만원) 수준으로 급등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주식"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투자자층을 확대하려면 주식분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이처럼 한 때 도시바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메모리 사업이 이제는 일본 증시의 새로운 대장주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AI 붐이 꺼진 이후 키옥시아가 지금의 호실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텐데요. 낸드플래시 하나에 승부를 건 키옥시아의 승부수가 앞으로도 통할지 일본 안팎으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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