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률 81%에도 ‘조만장자’ 임박…머스크의 꿈, 왜 잘 팔릴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등극을 눈앞에 뒀다. 그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다.
6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했다. 스페이스X는 주당 135달러에 5억5560만 주를 발행, 총 750억 달러(약 115조원)를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2019년 사상 최대 공모액을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94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공모가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7700억 달러(약 2700조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4일부터 투자자 대상 설명회(로드쇼)를 시작했고, 이달 12일 나스닥 시장에서 종목코드 ‘SPCX’로 첫 거래를 시작한다. 통상 기업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한 뒤 수요 예측을 거쳐 최종 가격을 확정하는 것과 달리, 단일 공모가를 제시한 것부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모가 기준 머스크의 순자산은 약 9880억 달러(약 1512조원)로 불어난다”며 “상장 첫날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거래가 시작되는 다음 주 후반쯤 인류 최초의 1조 달러 부자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테슬라 지분과 스톡옵션 등을 아우르는 그의 자산 규모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수치로 풀었다. 머스크가 첫 창업 후 31년간 자산을 축적한 속도를 단순 계산하면 초당 992달러(152만원), 시간당 360만 달러(55억원)에 달한다. 미국 중위 가구 소득(8만3730달러) 기준으로 그의 재산을 모으려면 1100만 년 이상이 걸린다. 또 노르웨이·태국·아르헨티나 등 125개국 이상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며, 미국 GDP의 약 3%에 육박한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에는 리스크도 있다.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것은 스페이스X의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의 내러티브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성장한 187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49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인텔리전스의 팀 햇 연구소장은 로이터에 “표면적으로 매출의 90배가 넘는 기업가치 배수(멀티플)는 어떤 기준으로 보든 과도하게 높다”면서도 “하지만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기업으로, 시장에 진정한 비교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상장 서류에서 잠재시장(TAM) 규모를 28조50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위성을 통한 직접 휴대전화 연결 서비스 확대와 테슬라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동 생산은 물론,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달 기지·화성 도시 건설 등이 망라됐다. 블룸버그는 “우주 데이터센터처럼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배구조 리스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머스크는 상장 후에도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B클래스 주식을 통해 총 의결권의 84.4%를 쥐게 된다(현재 85%). 주주들이 연대하더라도 그를 해임하거나 견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미국 주주가치보호연합은 성명을 통해 “주주 보호 장치를 무모한 방식으로 무력화하려는 심각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머스크의 계획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지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2011년 이후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6만9000건 이상과 투자자 설명회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그가 공언한 602개의 목표 가운데 기한 내에 달성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약속의 35%는 지연되거나 달성되지 못했고, 33%는 내용이 모호해서 검증조차 불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완전자율주행(FSD)의 경우, 2016년부터 “내년 완성”을 매년 반복했으나 여전히 제한적 서비스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화성 유인 착륙 계획 역시 2024년 3월에는 “5년 내”라고 공언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르면 2029년, 현실적으론 2031년이 유력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럼에도 시장이 머스크의 꿈에 베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NYT는 “머스크가 과거 테슬라 등의 성공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엄청난 부를 안겨줬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그의 발언을 야망의 표현이자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라고 여긴다”고 짚었다. 존 맥닐 전 테슬라 사장은 “그가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양자적 변화(판을 바꾸는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점진적 성장을 요구해서는 결코 양자적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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