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기] ⑨ 내 폰 안에 '천재 비서'…인터넷 없이도 똑똑한 '온디바이스 AI'

김문기 기자 2026. 6.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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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장벽은 높아만 갑니다. 산업 현장의 소식을 빠르게 전해온 <디지털데일리>는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기술의 세계를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시리즈를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산업 기술을 하나씩 풀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라고 하면 거대한 데이터센터나 복잡한 서버 인프라를 떠올렸다. 챗GPT 같은 초거대 AI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은 네트워크망을 타고 지구 반대편의 초거대 서버로 날아가 계산된 뒤 다시 스마트폰 화면으로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 끊기거나 통신 상태가 불안정하면 AI 서비스는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모바일 시장은 혁명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무거운 구름(Cloud) 위를 벗어나 우리 주머니 속 스마트폰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라고 부른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깊은 산속이나 비행기 모드 상태에서도 기기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내놓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 '온디바이스 AI' 서버로 가는 고속도로 대신 '내 집 앞 편의점'

기존의 클라우드 AI 방식은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매번 마을 중앙 도서관(서버)까지 먼 길을 달려가 사서에게 답을 구해오는 시스템과 유사했다. 도서관까지 가는 도로(인터넷망)가 막히면 답을 알 수 없었고, 사적인 질문의 내용이 도서관 기록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보안상의 찜찜함도 존재했다.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내 책상 위에 유능한 개인 비서를 상주시키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기기 자체가 경량화된 AI 모델을 내장하고 있어 외부와의 데이터 송수신 없이 즉각적인 연산을 수행한다.

외국인과 통화할 때 음성을 실시간으로 가로채 상대방의 언어로 즉시 통역해 주거나, 사진 속 복잡한 피사체를 터치 한 번으로 깔끔하게 지워주는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연산 과정이 기기 내부의 칩셋에서만 완결되므로 반응 속도가 지연 시간 없이 즉각적이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사적인 대화 로그나 민감한 개인 사진이 외부 서버로 유출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이제 인공지능은 네트워크의 종속물에서 벗어나 기기 고유의 성능을 규정하는 핵심 하드웨어 요소로 자리 잡았다.

◆ 'NPU' AI 연산만을 위해 설계된 '독립된 전용 근육'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모바일 기기가 데스크톱 컴퓨터도 감당하기 힘든 인공지능 연산을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반도체 아키텍처의 파괴적 혁신이 자리한다.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내부의 새로운 두뇌인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 처리 장치)의 등장이다.

과거 스마트폰의 뇌는 직렬 연산에 특화된 CPU(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을 담당하는 GPU가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AI 연산은 고도의 수학적 추론보다는 수조 번의 행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대규모 병렬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이를 기존의 CPU로 처리할 경우 과도한 발열이 발생하고 배터리가 순식간에 방전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반도체 설계사들이 오직 AI 알고리즘 구동만을 전담하는 특수 목적 반도체인 NPU를 AP 칩셋 내부에 독립된 영역으로 이식하기 시작한 이유다.

올해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NPU의 연산 속도는 수년 전 고사양 노트북의 성능을 가볍게 상회한다. 이 강력한 'AI 전용 근육' 덕분에 스마트폰은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소규모 언어 모델(SLM)을 온전히 자력으로 구동할 수 있게 되었다. 셔터를 누르는 짧은 순간에 AI가 수백 장의 프레임을 정밀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합성해 내고, 사용자가 잠든 사이 센서로 유입되는 바이오 데이터를 실시간 추론해 수면 장애 위험을 경고하는 등 NPU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바일 경험의 차원을 바꾸고 있다.

▶ 알쓸신기 토크 어바웃 "AX 시대, 스마트폰을 넘어 모든 가전이 생각하기 시작하다"

산업적 관점에서 온디바이스 AI는 단순한 기능의 추가를 넘어 제조사들의 생존 지형을 뒤흔드는 키워드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은 이미 '카메라 화소 경쟁'이나 '두께 경쟁'과 같은 전통적인 스펙 싸움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이제 승부의 분수령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도화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가'로 귀결되는 'AX(AI 전환)' 시대로 완전히 진입했다.

이러한 지능화 혁명은 스마트폰의 성벽을 넘어 가전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전방위 확산 중이다. 2026년 현재 시장에 출시되는 프리미엄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의 종류와 유통기한을 스스로 인식해 레시피를 제안하고, 세탁기는 전원 버튼만 누르면 세탁물의 무게와 직물의 부드러움, 오염도를 정밀 측정해 최적의 세제량과 세탁 코스를 스스로 설계한다. 거대한 클라우드 서버의 상시 연결 없이도 가전제품들이 독립적인 지능을 발휘하는 '온디바이스 AI 가전'이 새로운 산업 표준으로 확립된 것이다.

향후 온디바이스 AI 기술은 개개인의 삶에 완벽히 밀착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서비스를 구현하는 종착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 선택 패턴, 고유의 생활 동선,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미세한 습관을 가장 잘 아는 인공지능이 외부 유출 위험 없이 오직 기기 내부에서만 학습되고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기기 간의 초연결성이 경쟁력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개별 하드웨어가 얼마나 독자적인 지능적 완성도를 갖추었느냐가 4차 산업혁명기 기업과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중차대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 알쓸신기 키워드 번역기

·온디바이스 AI (On-Device AI): 멀리 있는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등 기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끊김 없이 작동하며 강력한 보안성이 장점이다.

·클라우드 AI (Cloud AI): 초거대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구동 방식이다.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유리하나, 상시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적이며 데이터 전송에 따른 보안 리스크와 지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NPU (신경망 처리 장치):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하여 설계된 AI 연산 전용 반도체다. 대규모 병렬 계산을 초고속, 저전력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어 온디바이스 AI의 심장으로 불린다.

·SLM (소규모 언어 모델): 기존의 거대한 거대언어모델(LLM)에서 불필요한 거품을 걷어내고 핵심 지능만 남겨 몸집을 줄인 경량화 인공지능 모델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가전의 제한된 메모리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매개변수 (Parameter):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축적한 연결고리의 개수다.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AI가 똑똑해지지만 그만큼 무거워지므로, 온디바이스 AI에서는 이 매개변수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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