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 시들게 하려는가"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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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는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통해 중앙선관위의 부실관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
| ⓒ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인스타그램 |
5일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는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통해 중앙선관위의 부실관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1987년, 아크로폴리스에 흩뿌려진 박종철 선배의 피를 비롯한 수많은 민주열사의 희생 위에서, 군사독재로 얼어붙어 있던 이 땅에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났다. 그러나 약 40년이 지난 2026년 오늘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한 투쟁 끝에 쟁취한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후대에 전승할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지고 있는 책무의 무거움을 추호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자랑스럽게 내세 바로 그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피를 토해 가며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기치(旗幟)임을 잊었는가"고 일갈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한 치의 흠결도 없이 선거를 진행하고 참정권을 보장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히려 시민들의 투표 의지를 저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히려 그 독립성을 방패로 삼아 무능함을 숨기고자 하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가 방해받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쟁의 도구로써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며 "또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근거로 그간의 선거 결과, 그리고 민주적 선거 체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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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에 앞서 지난 4일 경희대학교제58대 총학생회 '메이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제60대 총학생회 '선명', 서울시립대학교 제62대 총학생회 '새벽'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
| ⓒ 각 대학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
경희대 총학생회는 "우리는 묻는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선거에서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국가기관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주권을 도둑맞은 청년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사태를 축소하고 덮으려는 선관위의 기만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책임자 전원 즉각 사퇴 ▲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피해 복구 및 선거의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 즉각 마련 ▲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 및 확고한 재발 방지 대책 제도화 등을 촉구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우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수용할 때까지, 모든 대학생 및 청년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을 자주경희의 이름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외국어대학교 제60대 총학생회 '선명' 또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요체(要諦)이자, 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본질적인 절차이다"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공개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초당적으로 국민의 참정권과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문지기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러한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선거 관리 부실로서 민주주의의 절차적 신뢰를 중대하게 훼손하였다"며 "우리는 중대한 책무 방기로 기록될 이번 선관위의 행태를 분명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흔들린 일은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참정권은 국민에게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그러나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다시 진영의 유불리로 재단하며 국민들의 반목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을 비판했다.
특히 "민주주의를 논하려면 나의 패배 가능성 앞에서도 원칙을 말해야 하고, 상대의 문제 제기 속에서도 침해된 권리를 보아야 한다"며 "국민의 한 표가 흔들린 자리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계산이 아니라 책임이다. 민주주의는 유리할 때만 꺼내 드는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제62대 총학생회 '새벽'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선거 참여의 접근성이 침해되었으며,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직결되는 사안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유불리를 떠나, 모든 유권자의 권리와 선거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보장되었는지에 관한 문제"라며 중앙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경위 공개, 참정권 침해 구제 방안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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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한 대학생들의 외침에 정치권에서도 화답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5일 청년진보당은 "계엄에 맞섰던 총학생회들이 다시 나섰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
| ⓒ 청년진보당 제공 |
청년진보당은 "총학생회들이 무엇을 보고 이토록 분노하는지는 명확하다. 선관위의 해명은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다. 투표율이 오르면 좋은 일 아닌가"라며 "높은 시민 참여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선관위의 기본 임무다. 이것도 못 했다면 책임과 역할을 완전히 저버린 것이다. 경희대 학생들의 말처럼 '참정권은 행정 실패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파장이다. 하필 사태가 터진 곳이 송파·강남이다. 국민의힘 지지 기반이 강한 보수의 심장부"라며 "진보 정권에서 보수 투표를 고의로 막았다는 부정선거 시비가 벌써 일어나고 있다. 분노스러운건, 이 사태가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에게 또 하나의 먹잇감이 됐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무능이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괴물들에게 직접 무기를 쥐여준 셈"이라고 선관위의 부실 관리가 음모론의 불씨가 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총학생회들이 계엄에 맞섰을 때,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민주주의였다. 선관위는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시민이 투표소에서 줄을 서다 돌아가야 할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면서 "이번엔 사과로 넘어갈 수 없다. 노태악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진상조사를 마친 뒤엔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선관위, 이번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라며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와 관련자 엄중 처벌 및 선관위 개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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