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나누는 대화...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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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사들의 표정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덜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교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학교의 건강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며, 결국 학생 교육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교사들을 더 깊이 지치게 하는 것은 업무 자체보다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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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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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마음건강 적신호 |
| ⓒ 김대성(Ai제작) |
교사들이 아이들을 덜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더 신중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마음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교원 심리·정서 위기는 단순한 스트레스나 개인의 적응 문제가 아니다. 교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학교의 건강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며, 결국 학생 교육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 수치도 심상치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대식 의원이 2025년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공무상 요양을 청구한 교원은 2021년 145명에서 2024년 413명으로 185% 증가했다. 2024년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39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3.9%는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중앙보훈병원 공동연구팀의 연구에서도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는 일반직 공무원의 2.16배로 나타났다. 이제 교원 정신건강 문제는 일부 교사의 어려움이 아니라 교직사회 전체가 보내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교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업무보다 불안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사들이 힘든 이유를 업무량에서 찾는다. 물론 과중한 업무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교사들을 더 깊이 지치게 하는 것은 업무 자체보다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다.
과거에도 교사들은 수업을 준비했고 학생을 상담했으며 학부모를 만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는데 민원이 발생하고, 학생 안전을 위해 개입했는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며, 공동체 규칙을 가르쳤는데 오히려 문제 제기를 받는 일이 반복된다. 내가 교육적으로 옳다고 판단한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교사들을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든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9월 이후 교육감 의견서가 제출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1439건 가운데 71%가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됐다. 이는 상당수 교사들이 정상적인 교육활동 과정에서도 신고와 조사, 민원이라는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결과가 아니다. 나중에 무혐의나 정당한 생활지도로 결론이 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보다 혹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교육보다 방어가 앞서는 순간, 교실은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한다.
교사가 지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아이를 향한 관심이다
교원 심리·정서 위기의 영향은 교사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학생들이다.
교사가 지친다고 해서 수업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출결도 하고 평가도 하며 수업도 진행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있다. 평소와 다른 표정을 알아차리는 일, 쉬는 시간에 아이를 한 번 더 불러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 수업 시간에 멍하니 있는 아이를 눈여겨보는 일들이다.
특히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교사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지지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불안과 소진 상태에서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형성할 에너지마저 부족해질 수 있다. 결국 교원 마음건강 문제는 교사의 복지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성장권, 나아가 교육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학부모가 바라는 좋은 교육 역시 건강한 교사와 안정된 교실 위에서 가능하다.
치료보다 예방, 무너진 뒤에 돕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심리검사, 상담 지원, 치료 프로그램 확대 등 교원 마음건강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정책은 대부분 교사가 이미 지친 뒤에 개입하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교사가 왜 아프게 되었는지보다 아픈 교사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학교 현장의 심리적 위험요인을 줄이는 예방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반복 민원, 과도한 감정노동 등 교사를 소진시키는 요인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듯 학교 역시 교원의 심리·정서 위험요인을 정기적으로 진단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학교가 민원 대응을 개별 교사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교원 마음건강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영국은 교육부가 '교육종사자 마음건강 및 복지 헌장'을 통해 교직원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학교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상담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을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 교원 마음건강을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교육 안전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방, 조기 발견, 위기 개입, 회복 지원, 복귀 지원,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종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 교원에게는 상담과 치료뿐 아니라 법률지원, 의료지원, 휴식 프로그램, 동료 멘토링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회복 이후에도 학교 적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교사의 마음이 지친다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어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가 보내는 경고음이다. 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국가가 투자하듯, 학생 곁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고 돌보는 교사의 마음건강 역시 국가가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교원 마음건강 정책은 교사를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학생 교육의 질과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교육정책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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