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책 지원 뒷받침…혼란 불러온 노동정책
삼성전자 '셧다운' 위기서 극적 대타협 유도
'노란봉투법' 통과 후폭풍 재계 혼란 가중도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산업 정책의 무게추는 인공지능(AI)·반도체로 쏠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반도체특별법 제정으로 미래 산업 기반을 다졌고, 미국 관세 부과 등 글로벌 리스크에도 경제계와의 소통을 앞세워 대응했다. 다만 친노동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산업계 일각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중동전쟁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주력 산업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황 호조는 표면적으로 세계적인 AI 수요 급증에 따른 '슈퍼사이클'의 영향이 크지만, 조선·에너지·첨단소재 등 전통 주력 산업에서도 정부의 정책 지원이 생태계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제도적 성과는 단연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대기업 시설 투자에 치우쳤던 지원 패러다임을 메모리, 설계·제조·패키징, 소부장·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무탄소에너지(CFE) 인증제 도입과 해상풍력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추진됐으며, 조선업에서는 국내 건조 발주 확대와 기자재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국회와 정부의 뜻이 합쳐져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도 반도체 산업에 자금을 흐르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5라인(P5) AI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에 연 3%대 초저금리로 총 2조5000억원의 대규모 융자를 지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파운드리 양산 속도를 당기도록 도운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내 대표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리벨리온'에 국민성장펀드 1호 직접 지분 투자를 단행해 6400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국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설 뻔한 초유의 사태를 막아낸 '위기관리 역량'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달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가동, 김민석 국무총리 담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접 중재 등 전방위적 중재를 통해 타협을 유도하고 노사 간 갈등을 봉합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 선을 넘을 경우 공동체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 위기 국면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반면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에 따른 후폭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N% 성과급' 논란과 함께 원하청 교섭 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을 시작으로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노동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을 두고 사용자의 범위, 교섭 대상, 쟁의 행위 범위 등이 모호한 상태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확산하는 하청의 교섭 요구를 응하지 않은 채 노사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관련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 심판회의를 두차례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노위 판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나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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