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통영에서 LG 김진수는 다시 태어났다

김효경 2026. 6. 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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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원투수 김진수. 사진 LG 트윈스

LG 트윈스 마운드에 새로운 ‘믿을맨’이 나타났다. 프로 6년차 김진수(28)가 LG 불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LG는 투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3승을 거둔 요니 치리노스가 방출됐고, 마무리 유영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염경엽 감독이 핵심자원으로 구상한 구원투수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난세에 나타난 영웅이 김진수다.

김진수는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사실 올해 뿐만이 아니다.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개막전을 1군에서 맞이한 적이 없다. 2021년 대졸 최대어로 불리며 드래프트 2순위 전체 17번이라는 상위 순번으로 뽑혔지만 군복무와 부상 등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나선 1군 경기는 15경기. 투구이닝도 20과 3분의 2이닝에 그쳤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두 번째 투수 김진수가 5회초 1사 1,2루 상황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6.5.14/뉴스1


하지만 이젠 김진수 없는 LG 불펜을 상상할 수 없다. 4월 11일 1군에 올라온 뒤 18경기에 나가 2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그 사이 데뷔 첫 승, 세이브, 홀드도 모두 챙겼다. 3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1.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는 두 번째 투수로 나와 타구를 맞았지만, 꿋꿋이 잘 막아냈다.

김진수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1군 무대에서 기회가 주어졌는데, 항상 올라갈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는 거 자체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중앙대 재학 시절 만나 3년 반을 만나고 2024년 결혼한 아내도 힘이 됐다. 그는 “항상 날 지지해주니까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도움이 됐다”고 웃었다.

김진수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김진수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9푼 4리다.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선 손동현(KT 위즈), 김범수(KIA 타이거즈)에 이은 3위다. 승계쭈자 실점률도 27.8%로 팀내 최상위권이다. 그는 “크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최대한 그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한다. 솔직히 말하면 안 썼다기보다는 못 썼던 게 맞다”고 했다.

LG 구원투수 김진수. 사진 LG 트윈스


올 시즌 좋아진 계기에 대해서 “올해 1군 캠프 가기 전에 미니캠프에서 훈련했다. (장)현식이 형, (함)덕주 형이 지원해줘서 다녀올 수 있었다. 같이 미니캠프를 가서 일찍 시즌을 준비했던 것이 올해 더 좋아진 중요한 이유인 것 같아 형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는 “마운드 뒤를 돌아보면 센터에 (박)해민이 형, (오)지환이 형, (신)민재 형이 있다. 정말 든든하다. 나는 강속구 투수도 아니고 타자를 윽박질러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도 아니다. 수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형들이 받쳐줘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의 강점은 다양한 변화구다. 모든 변화구의 구종가치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김진수는 “지난해까지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커브밖에 없었는데 올해 캠프 때부터 김광삼 코치와 스태프들이 스플리터, 슬라이더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다. 특히 스플리터는 완성도가 올라온 것 같다. 나도 안정감이 생겼다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투수의 기본은 직구다. 팀 내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김진수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는 “직구가 살아야 변화구가 효율적이니까, 그걸 신경쓰고 있다”며 “솔직히 스피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2025년 캠프 때부터 메커니즘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면서 구속이 올라왔다. 물론 더 욕심을 내기보다는 커맨드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키 1m79, 체중 82kg로 큰 체구가 아닌 김진수는 힘의 전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힘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준비동작부터)공을 놓는 시점까지 정확하게 힘을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김진수는 입단 당시엔 대졸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서 빨리 꽃을 피우지 못했다. 군입대, 수술도 겪었다. 1군에 빨리 가고 싶다는 조급함도 있었다. 그런 그가 껍질을 깨고 올라선 건 2025년 봄, 통영이었다. 김진수는 “1군 캠프에 가지 못했다. 2군 캠프가 있던 통영에서 룸메이트인 (김)유영 형과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고 조언도 얻었다. 그게 터닝 포인트였다. 투구 밸런스, 메커니즘의 변화를 많이 줬다”고 했다.

이천이 아닌 잠실로 출근하는 일상을 그렸던 김진수로선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 하지만 여기서 머무를 생각은 없다. 김진수는 “지금이 너무 좋다. 하지만 한 시즌을 보내야 하는 거니까 꾸준히 노력하려고 한다”며 “(이)정용 형이 ‘중간 투수는 오늘 좋아도 내일 안 좋을 수도 있고, 또 다음날 잘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겸손하고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게 마음에 와 닿았다. 한 경기, 한 경기 잘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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