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外

돈 걱정은 통장 잔고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팔아 이익을 얻는 사회의 구조에서 시작된다. SNS의 수익 인증, 투자 권유 문구, 노후자금 공포는 모두 '지금 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초조함을 자극한다.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있던 저자는 그 불안이 얼마나 쉽게 판단을 흐리는지, 그리고 그 불안 위에서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가 작동하는지를 차갑게 짚는다.
핵심은 돈을 더 벌라는 조언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삶이 안전해진다는 믿음을 의심하라는 쪽에 가깝다. 돈의 가치는 결국 일하는 사람, 돌보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 속에서 생긴다. 투자 광풍과 노후 공포가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책은 숫자 너머에서 삶을 다시 묻는 금융 교과서다. (다우치 마나부 지음·김정환 옮김 | 부키)

주식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종목보다 시간이다.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져나와야 하는가. MACD 창시자 제럴드 아펠은 그 질문을 감이 아니라 지표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동평균, 상대강도, 변동률, 등락주선, TRIN, VIX, 계절성과 정치 주기까지 시장의 방향과 힘을 읽는 도구들이 한 권 안에 정리됐다.
핵심은 더 많이 버는 기술보다 먼저 잃지 않는 기술이다. 25% 손실은 33.33% 수익을 내야 회복되고, 50% 손실은 100% 수익이 필요하다. 그래서 타이밍은 욕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차트를 보지만 기준이 흔들리는 투자자에게, 이 책은 매수와 매도의 근거를 세우는 오래된 무기이자 실전용 매뉴얼이다. (제럴드 아펠 지음 송미리 옮김 | 이레미디어)

주도주는 비싸도 오르고, 실적이 좋아도 무너진다. 시장의 난제는 가격이 아니라 기세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꺾이는지를 읽는 데 있다. 저자는 차화정, 바이오, 2차전지, 엔비디아 등 25년간 한·미 증시 주도주 200여 개를 추적하며 주도주의 생애주기를 하나의 전쟁사처럼 해석한다. 클라우제비츠의 '공세종말점'은 여기서 주가의 언어로 바뀐다.
핵심은 '좋은 기업을 오래 들고 가라'는 익숙한 조언이 아니다. 정배열, 실적 델타, 2년의 벽, 성장 가속도의 음 전환을 통해 주도주의 탄생과 퇴각 시점을 계산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모두가 열광할 때 신규 매수세는 고갈되고, 사상 최대 실적 뒤에서 주가는 이미 방향을 틀 수 있다. 주도주 투자의 흥분을 숫자와 구조로 식히는 실전형 투자서다.(한규범 지음 | 부키)

말 하나가 종종 시대의 민낯을 드러낸다. '심심한 사과' 논란은 어휘력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뜻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화를 내는 사회의 장면이었다. 사전의 표제어처럼 놓인 단어들은 여기서 국어 지식에 머물지 않고 문해력, 정치 문화, 미디어 감각, 세대 간 소통의 문제로 번져간다.
'사흘', '금일', '강수량', '쌍팔년도', '답정너', '유리천장' 같은 말들은 익숙하지만 얕게 지나쳤던 표현들이다. 저자는 그 말의 뜻과 유래를 짚으며 한 단어가 품은 역사와 심리, 생활문화의 결을 끌어낸다. 찾아보는 사전보다 읽히는 교양서에 가깝다. 단어를 확인하려 펼쳤다가, 결국 지금 우리가 어떤 언어로 서로를 오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강준만 편저 | 인물과사상사)

불안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대니얼 키팅은 불평등과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인간의 몸과 뇌에 남기는 흔적을 추적한다. 임신기와 생후 첫 1년의 압박은 스트레스 조절 체계를 바꾸고, 그 영향은 학교와 관계, 일터와 건강까지 이어진다.
핵심은 불안을 개인의 실패로 돌리지 않는 데 있다. 예민한 아이, 지친 부모, 무너지는 어른 뒤에는 경쟁과 추락의 공포를 키우는 사회가 있다. 후성유전학과 발달심리학을 통해 불안의 대물림을 보여주면서도, 그 사슬을 끊을 가능성을 함께 묻는 책이다. (대니얼 키팅 지음·정지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바람 하나가 반평생의 기억을 깨운다. 위화는 하이난의 골짜기에서 마주한 산들바람을 따라 어린 시절의 바다, 병원과 농촌, 문화대혁명의 대자보, 아버지가 된 순간까지 되짚는다. 회상은 감상으로 흐르지 않고, 삶이 남긴 기쁨과 쓸쓸함을 담담하게 꺼내놓는다.
위화의 산문은 크고 극적인 사건보다 지나간 시간의 결을 붙든다. 어린 시절을 위해 단 음식을 먹고, 슬픔 속에서 웃음을 발견하고, 불안을 지나 다시 삶을 바라본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결국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위화 지음·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프롬프트 한 줄이면 문장도, 기획안도, 브랜드 문구도 금세 매끈해진다. 문제는 그 매끈함이 너무 쉽게 닮아간다는 데 있다. 박창선의 '사람냄새'는 AI 시대의 경쟁력을 기술 습득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찾는다. 눈치, 취향, 고집, 몸의 감각, 어색한 질문, 자기만의 문체처럼 효율의 언어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것들. 저자는 그것들이야말로 평균을 뚫고 나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AI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싸워야 할 대상은 AI가 아니라, AI가 만든 평균에 안주하는 태도다. 기획과 브랜딩, 글쓰기, 데이터 해석, 조직문화의 현장에서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결을 짚어낸다. 초안은 사람이 쓰고, AI는 도구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단순한 글쓰기 조언을 넘어선다. 모두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빠르게 뽑아내는 시대, 결국 기억되는 것은 잘 정돈된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 뒤에 남은 사람의 냄새다. (박창선 지음 | 찌판사)

극장 맨 뒷좌석에서 날아온 질문 하나가 실패한 감독의 일상을 흔든다. 첫 장편을 망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조혜나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GV 빌런' 고태경과 맞닥뜨린다. 그를 조롱하는 다큐멘터리로 재기를 노렸지만, 카메라가 향한 곳에는 우스운 괴짜가 아니라 아직도 영화를 포기하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다. 정대건의 데뷔작 'GV 빌런 고태경'은 영화판의 안쪽을 빌려, 오래 실패한 사람들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의 힘은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영화는 망하고, 사랑은 어긋나고, 꿈은 자꾸 늦어진다. 삶에는 오케이보다 NG가 많다. 그래도 누군가는 어둠 속 극장으로 들어가 스크린의 빛을 기다린다. 혜나와 고태경이 끝내 지키려는 것은 성공한 영화인의 이름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는 마음이다. 『급류』로 독자에게 각인된 정대건의 출발점에는 이미 이런 문장이 놓여 있었다.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 실패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조롱이 아니라, 다음 컷을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다. (정대건 지음 | 문학동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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