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만으로 강렬한 존재감 드러낸 올해의 새 시계들 [더 하이엔드]
까르띠에(Cartier)가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원더스 제네바’ 박람회를 통해 시계 부문의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들은 올해 ‘공예의 대가’라는 주제 아래 박람회 출품작을 구성했다.

사각부터 곡선, 타원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는 20세기 초부터 한눈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계를 제작해왔다. 자신들을 ‘형태의 워치메이커’라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엔 탱크·산토스·베누아·똑뛰·크래쉬 등 아이콘이라 불리는 컬렉션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더불어 오랜 시간 자취를 감췄던 ‘로드스터’ 컬렉션을 부활시켰고, 하이 주얼리 워치 ‘미스트 드 까르띠에’를 공개해 주얼러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데일리 워치부터 장인의 정교한 손 기술을 요하는 아트 피스까지 각양각색이다. 이하는 올해의 대표작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노말·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크래쉬 스켈레톤(Cartier Privé Tank Normale·Tortue Chronograph Monopoussoir·Crash Squelette)
‘까르띠에 프리베’는 매년 브랜드 역사에서 상징적인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컬렉션이다. 오리지널 디자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자체 제작한 정교한 무브먼트로 성능을 끌어올려 시계 애호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까르띠에는 올해 까르띠에 프리베의 열 번째 컬렉션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를 기념하고자 3종의 모델을 동시에 내놨다.

첫 번째는 ‘탱크 노말’이다. 1917년 처음 세상 빛을 본 탱크 워치의 모습을 본떠 만든 케이스가 특징이며, 7열로 이뤄진 브레이슬릿은 1934년 출시 모델에서 착안해 완성됐다. 두 번째 모델은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다. 거북이 등껍질을 닮아 이름 붙여진 똑뛰는 1912년에 탄생했다.

이번 모델은 까르띠에 프리베의 전신인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를 통해 1998년에 선보인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를 재해석한 것으로, 푸시 버튼이 달린 크라운 하나로 시간 조정은 물론 시간의 흐름을 재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조작할 수 있어 메커니즘의 우수함까지 품었다. 무브먼트는 두께 4.3㎜의 수동 와인딩 방식 1928 MC다. 12시 방향의 로마숫자 인덱스, 비즈 아워 마커, 레일 트랙 등 다이얼 위 디자인 요소도 흥미롭다.

마지막은 ‘크래쉬 스켈레톤’이다. 크래쉬는 차 사고로 인해 찌그러진 자사 시계에서 착안해 1967년 나온 모델로, 당시 브랜드의 컬트적 감각과 영국발 문화 혁명 ‘스윙잉 런던’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모델로 꼽힌다. 열 번째 프리베 컬렉션을 기념하는 새 모델은 속을 드러낸 스켈레톤 형태다. 곡선형 케이스에 맞춰 형태를 완성한 수동 와인딩 방식 1967 MC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망치로 두드려 장식한 무브먼트 브리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50점 생산한다.
세 가지 모델 모두 귀한 소재인 플래티넘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했고,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에 버건디 색을 사용했다. 크라운의 카보숑 컷 루비 장식도 특별한 디자인 요소다.
산토스 뒤몽 워치(Santos Dumont Watch)
산토스(1904년)는 루이 까르띠에가 친구이자 비행사인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을 위해 제작한,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토스 뒤몽 컬렉션은 당시의 디자인과 DNA를 계승하는 라인업이다. 올해 까르띠에는 이 고전적인 디자인의 케이스에 15열로 이뤄진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새 버전을 공개했다. 두께 1.15㎜의 링크 394개를 촘촘하게 연결한 이 브레이슬릿은 1920년 제작한 브랜드의 초기 브레이슬릿에서 영감을 얻었다.

케이스 크기는 31.4×43.5㎜, 두께는 7.3㎜로,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두께 2.1㎜의 자체 제작 수동 칼리버 430 MC를 탑재했다. 사진의 모델은 흑요석을 저미듯 얇게 커팅하고 수공으로 폴리싱해 반짝임을 더한 옐로 골드 소재 옵시디언 다이얼 버전이다. 새틴 피니싱으로 금속의 결을 살린 실버 다이얼을 탑재한 플래티넘 혹은 옐로 골드 케이스 버전도 함께 선보인다. 브레이슬릿은 케이스와 같은 소재로 만들었다.
로드스터 워치(Roadster Watch)
로드스터가 돌아왔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잠깐 자취를 감췄던 컬렉션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동차의 유려한 유선형을 닮은 케이스와 속도계(스피도미터)를 연상시키는 다이얼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원뿔형 크라운, 헤드라이트 형태 날짜 확대경, 리벳과 스크류로 장식한 베젤 등의 디테일은 본 컬렉션의 대담하고 강렬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2026년 신형 로드스터는 오리지널 시계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한 채 케이스의 길이를 늘이고 라인을 날렵하게 다듬는 등 인체공학적 설계로 완성됐다. 퀵 스위치 시스템을 적용해 도구 없이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점도 새 버전의 특징.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소재는 스틸, 옐로 골드, 두 소재를 함께 사용한 투톤이며, 스몰(34.9×42.5㎜)과 라지(38×47㎜) 2가지 크기로 출시돼 선택 폭을 넓혔다. 크기와 상관없이 시계의 심장은 시곗바늘 3개와 날짜 구성의 자체 제작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베누아 워치(Baignoire Watch)
욕조를 뜻하는 베누아 워치는 1958년 처음 등장해 1973년에 공식적인 이름을 얻었다. 이후 명실공히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여성 컬렉션으로 활약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중 2023년 뱅글 형태의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버전은 시계를 주얼러의 시선으로 완성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모델이다.

올해 공개된 베누아 워치는 전작의 뱅글 디자인에 ‘끌루 드 파리’ 모티프를 더했다. 작은 피라미드 형태가 반복되는 장식 패턴을 가리키며, 빛을 받으면 금속의 반짝임이 극대화된다. 끌루 드 파리 모티프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물론 다이얼까지 이어진다. 반짝임을 위해 주얼리 장인들은 수작업으로 수천개 면으로 이뤄진 시계 전체를 폴리싱했다. 까르띠에는 이 모델과 함께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거꾸로 세팅한 주얼리 버전도 내놨다. 다이아몬드의 뾰족한 면과 끌루 드 파리 모티브가 교차로 이어지는 모습이 압권이다. 다이얼엔 100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광채를 더했다. 두 모델 모두 케이스 크기는 24.6×19.3㎜로 같고, 고정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미스트 드 까르띠에 워치(Myst de Cartier Watch)
언뜻 봐서는 보석으로 장식된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으로 보이지만 시침과 분침으로 이뤄진 시계다. ‘미스트 드 까르띠에’는 하이 주얼리와 파인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까르띠에가 축적해온 공력을 한 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하고 블랙 래커로 완성한 큼직한 옐로 골드 비즈가 손목을 감싼 형태다. 돔 형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얹은 케이스 안에는 다이아몬드와 사각 형태 오닉스 프레임으로 구성된 다이얼이 자리했다. 이 시계에는 별도의 클래스프(잠금장치)가 없다. 제품에 손을 넣어 착용하는 방식이다. 까르띠에 측은 ‘엘라스틱 브레이슬릿’이라 부르는 탄성 있는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개발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피에르 레네로 이미지·스타일·헤리티지 디렉터는 “볼륨감과 움직임이 이 시계의 핵심”이라며 “1930년대 초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쟌느 투상의 지휘 아래 탄생한 주얼리 워치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했다. 화이트 골드에 시계 전체를 1031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버전도 함께 선보인다.
똑뛰 워치·똑뛰 팬더 메티에 다르 워치(Tortue Watch· Tortue Panthère Métier d’Art Watch)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으로도 소개된 똑뛰가 올해 더욱 풍성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오리지널 모델(1912년)의 디자인을 계승하되 다양한 크기와 소재 구성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옐로 골드 모델은 26.7×33.4㎜의 스몰 사이즈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핑크 골드 버전은 스몰과 함께 20.9×26.1㎜의 미니 사이즈로도 선보인다.

다섯 가지 제품 모두 초정밀 쿼츠를 탑재해 사용이 편리하다. 방사형으로 퍼지는 기요셰 패턴, 클래식한 레일 트랙을 대체하는 도트 라인 등 다이얼 디자인의 변화도 흥미롭다. 까르띠에는 플래티넘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한 라지(33×41㎜) 사이즈 버전도 공개했다.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46개를 베젤에 세팅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시계에는 수동 와인딩 방식의 430 MC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함께 공개된 ‘똑뛰 팬더 메티에 다르 워치’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동물 팬더(표범) 모티프와 예술 공예 기술을 결합한 아트 피스다. 빗줄기 너머에서 누군가를 응시하는 듯한 팬더를 구현하기 위해 샹르베 에나멜을 활용했다. 물방울을 표현하기 위해 장인들은 미세한 홈을 만들어낸 뒤 그 안에 반투명 에나멜 파우더와 금 또는 은 조각을 넣었다. 돔 형태로 솟은 물방울 에나멜이 그 뒤에 숨은 팬더 모티프와 대비를 이룬다. 15가지가 넘는 색이 사용됐고, 소성 과정만 36회 이상 거쳤다. 팬더의 눈은 귀한 스톤으로 장식됐는데, 화이트 골드 버전에는 에메랄드, 옐로 골드엔 차보라이트를 세팅했다. 다이얼부터 케이스까지 통일된 기법으로 장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각 소재별 100점씩 한정 생산한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장암 후 막걸리 데워먹어” 재벌이 찾는 82세 이발사 식단 | 중앙일보
- “뇌 좋아져라” 아이 먹였다가…수은 중독 부른 고등어 종류 | 중앙일보
- “잘하다 고교때 망한 애들은…” 21년차 교사가 목격한 공통점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삼쏘 즐기는 아재? 직원들 ‘황의 분노’ 벌벌 떤다…젠슨 황 두 얼굴 | 중앙일보
- 광주서 15세 상의 벗기고 집단폭행…주변 학생은 담배만 피웠다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일진과 맞짱 뜬 ‘고1 한동훈’…이유 알면 ‘의원 한동훈’ 보인다 | 중앙일보
- 이부진 요리스승 “췌장암 완치”…90대 장수 노인들의 비밀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상장 전 이것 사라”…6월말 돈 버는 단타 종목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