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토큰 불안증’, AI 시대의 통제 비용

실리콘밸리의 홈파티 풍경이 달라졌다.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한 채 SNS나 주가가 아니라 상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의 작업 상태를 확인한다. 벤처투자자 니쿤지 코타리는 이를 ‘토큰 불안증(Token Anxiety)’이라 불렀다. 토큰은 AI의 연산 단위다. AI가 쉬지 않고 일하는 동안 인간은 불안에 떤다.
토큰에는 비용 문제도 있다. AI가 토큰을 많이 쓸수록 지출이 늘어난다. 그러나 토큰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 AI를 ‘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배경은 ‘바이브 코딩’ 열풍이다.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만 설명하면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구현을 맡는다. 화면에는 식탁 위의 요리처럼 완성된 결과만 보일 뿐, 주방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델 호출과 디버깅의 복잡한 반복은 가려진다. 과정이 불투명할수록 보이지 않는 비용은 뒤에서 빠르게 누적된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이것이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AI가 만든 코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작은 오류조차 수정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개발자라기보다 관리자에 가까워진다. 맥락을 설명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오류를 감시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바이브 코드가 남기는 기술적 부채와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통제 비용은 눈에 보이는 AI 서버 비용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물리 세계를 다루는 피지컬 AI에서도 본질은 같다. 인간이 물리적 시공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수 없기에, 자율주행 같은 시스템은 수십 밀리초 안에 완벽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쟁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지 않다. 최소한의 연산으로도 인간이 안심할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능력에 있다.
이 점에서 앞으로의 AI 경쟁은 단순한 모델 성능 싸움이 아니다. 더 많은 토큰을 소비하는 비대해진 시스템보다, 더 적은 토큰으로 더 높은 신뢰성을 달성하는 시스템이 이긴다. 핵심은 연산량이 아니라 ‘의미 밀도’다.
결국 토큰 불안증의 실체는 연산 비용이 아닌 통제 비용에 대한 공포다. AI가 어떤 조건에서 멈춰야 하는지, 어느 단계부터 인간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 잘 정의되지 않은 자동화는 새로운 형태의 낭비를 만들 뿐이다.
주말 저녁에도 에이전트의 진행률을 확인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나는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가, 아니면 통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가. 불안해야 할 것은 AI가 멈추는 순간이 아니다. 인간이 통제권을 잃은 채 루프만 계속 돌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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