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만 이어 일본까지…韓 대표 맛집 중앙해장
일본 오사카의 심장부이자 최대 번화가인 도톤보리 인근 센니치마에 상점가. 수많은 간판과 전 세계 관광객의 발걸음이 교차하는 골목 사이로 고소한 육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검은색 외벽에 금빛으로 정갈하게 새겨진 ‘중앙해장(中央解酲)’ 현판 앞에는 54석 규모의 매장이 눈길을 끌며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매장 외벽에는 1980년 설립된 ‘중앙축산’의 역사와 철학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걸려 미식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내부는 한국적인 정취를 살린 차분한 인테리어로 꾸며졌으며, 테이블마다 설치된 주문 화면에는 해장국과 곰탕, 곱창구이 등 다양한 메뉴가 떠 있다. 처음엔 어색해하다 이내 기기에 적응한 듯 현지 고객이 능숙하게 이것저것 주문한다. 얼마 안 돼 뚝배기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해장국이며 곱창전골이 테이블 위를 채운다. 육수를 맛본 다국적 고객의 테이블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일본인 고객 미호 씨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곰탕을 시켰는데 국물이나 내장류의 맛이 일본의 나베와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굉장히 한국적인 맛이라고 느꼈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일본에 첫 매장을 낸 중앙해장 얘기다.
이영호 중앙해장 공동대표는 “오사카는 내장 음식에 대한 문화가 성숙한 곳이자 호루몬의 성지라고 볼 수 있다”라며 “미식의 나라 일본에서 인정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하기에 프리미엄 해장국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호루몬(ホルモン)’은 소나 돼지의 내장을 구이나 전골로 즐기는 일본의 대중적인 요리를 뜻하며, 오사카는 이 문화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45년 전통 식품 기업
중앙해장의 뿌리는 1980년 설립된 축산물 유통 전문 기업 ‘중앙축산’이다. 45년간 축산업에 종사하며 쌓아온 신뢰와 노하우가 오늘날 중앙해장을 만든 근간이 됐다. 브랜드를 이끄는 이영호, 이영경 공동대표는 남매 사이로, 이런 가업을 이어받아 2016년 중앙해장을 공식 출범했다.
이들 남매 대표는 스스로를 ‘내장 수저’라고 부른다. 단순히 사업 모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선대가 닦아놓은 식자재 공급망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브랜딩과 운영 시스템을 접목해 기업형 외식 사업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영경 공동대표는 “부모님이 45년간 유통을 하며 이어온 고단한 삶과 그 가치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너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앙해장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해장 삼성동 본점은 단일 점포로 월평균 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간 72만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중앙해장은 이런 성공을 발판 삼아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CJ그룹 계열사로부터 투자를 유치, 시장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대외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자체 온라인 플랫폼 ‘중앙식탁’을 통해 레스토랑 간편식(RMR)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편의점 CU와 협업 상품을 출시하는 등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전방위로 넓혀 내실 있는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日 진출 이끈 성공 방정식
홍콩·대만 진출·든든한 해외 우군
중앙해장의 이번 일본 진출은 단순히 인접 국가로 확장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과 대만에서 얻은 자신감, 든든한 파트너십, 그리고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2년 전 홍콩 핵심 상권에 첫 해외 매장을 열어 대기 행렬을 일으킨 데 이어, 타이베이 1호점까지 안착시키며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영경 공동대표는 “본점의 성공이나 브랜드 파워보다도 최근 한식이 가지는 위상을 보고 진출을 자신했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을 꿰뚫고 있는 파트너의 존재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붙였다. 중앙해장은 대만의 외식 전문 기업 주지엔 케이터링그룹과 손을 잡았다. 주지엔 그룹은 2010년 지룽에서 시작해 현재 대만 전역에 약 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상장 기업이다.
제이슨 린(Jason Lin) 주지엔 회장은 중앙해장을 도입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세 번이나 방문해 경영진을 설득했으며, 그의 선구안은 대만과 일본 시장 안착에 핵심 역할을 했다. 제이슨 린 회장은 “중앙해장이 가장 인상 깊었고 맛있어서 수소문 끝에 인연이 닿게 됐다”라며 “주지엔이 진출해 있는 국가에 중앙해장을 들여오게 됐는데 반응이 뜨거워 계속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해장국과 내장 요리에 대한 일본 현지의 높은 이해도도 도움이 됐다. 일본은 라면 등으로 숙취를 해소하는 해장 문화가 발달해 있고, 특히 오사카는 호루몬 문화의 성지로 불릴 만큼 내장 요리에 친숙하다. 시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효율적인 공급망도 구축했다. 이영경 공동대표는 “현지 육가공 업체로부터 직접 원물을 납품받는 구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신선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력 원천
중앙해장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근본적인 힘은 원물에 대한 조리 철학에서 나온다. 중앙해장은 ‘버릴 게 없고 각 부위마다 매력이 있으며, 이를 최상의 맛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내장류는 일반 정육과 달리 부패가 빠르고 특유의 잡내가 나기 쉬워 세척과 삶는 과정 등 전처리가 까다롭다. 이런 특성 탓에 섬세한 손질 방법에 따라 맛과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 중앙해장은 선대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에도 맛의 일관성을 지키는 자체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변함없는 맛을 선사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이영호 공동대표는 K해장국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 “인연 닿는 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중앙해장은 향후 진출 국가에서도 현지 유력 기업과의 합작 법인 설립이나 마스터 프랜차이즈 등 유연한 파트너십을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지켜나갈 방침이다.
숙제는 없나
현지 충성 고객층 확보 관건
중앙해장이 글로벌 브랜드로 확실히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남매 중심 경영 구조를 넘어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소통 체계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긴밀한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견을 조율하고, 조직 규모 확대에 걸맞은 체계적인 경영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지 공급망의 품질 통제 역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해외 육가공 업체로부터 원물을 공급받는 구조 안에서 본연의 깔끔한 맛과 식감을 일정하게 재현하기 위해 현지 전처리 매뉴얼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지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가격 정책을 수정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풀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해외 시장이라고 무조건 K푸드를 환영하지 않기 때문. 또 현지 진출한 글로벌 외식 기업과의 경쟁에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정통 한식 해장국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갑을 여는 충성 고객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눈여겨볼 점이다.
[일본 오사카 =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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