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아이 러브 K푸드 [스페셜리포트]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6.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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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국제 박람회(Franchise International Malaysia 2026). 맥도날드를 비롯한 100여개 브랜드가 참가한 이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K푸드다. ‘교촌치킨’ ‘피자먹다’ ‘카페봄봄’ 등 국내 브랜드도 부스를 차렸지만, ‘명동떡볶이’ ‘야미코인(yummy coin)’ 등 현지에서 한식을 주제로 만든 프랜차이즈도 적잖다.

국내 1호 외식업 액셀러레이터 ‘알파랩’의 방수준 대표는 “기존에는 특정 프랜차이즈 위주로 한국의 ‘외식 브랜드’가 해외로 나갔다면, 지금은 치킨, 삼겹살 등 한국의 ‘외식 콘텐츠’가 뻗어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레이시아의 K푸드 열풍이 심상치 않다.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속속 쿠알라룸푸르에 깃발을 꽂고, 현지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한식당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한류만 믿고 섣불리 진출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해외 진출 외식 브랜드의 80%가 3년 내 철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K푸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직접 촬영 후 AI로 보정
말레이시아는 ‘몰(Mall) 공화국’

쇼핑몰 중심 F&B 상권 활성화

쿠알라룸푸르를 처음 찾은 관광객이 가장 먼저 받는 인상은 도시 곳곳에 들어선 대형 쇼핑몰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아래 자리한 수리아 KLCC를 비롯해 선웨이 벨로시티, 선웨이 피라미드, TRX까지 전국에 약 1000개의 쇼핑몰이 성업 중이다. 연중 30도를 웃도는 열대성 기후 탓에 가족 단위 나들이와 외식의 주무대가 자연스레 몰링(malling)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20년 이상 외식 사업을 해온 김영석 KMT그룹 이사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에어컨 빵빵한 쇼핑몰에 가서 돌아다니는 게 여기 문화”라며 “쇼핑몰 안에서 외식 소비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외식 플랫폼 기업 ‘GPP’와 알파랩이 K외식의 차기 유망 상권으로 말레이시아의 ‘몰(Mall)’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양 사는 오봉집, 미카도스시 등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 20여명과 함께 지난 5월 20~24일 ‘어메이징레이스 in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여행을 공동 기획, 진행했다. 포화된 국내 외식 시장을 넘어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가 K푸드 전초기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K드라마 열풍이 만들어낸 ‘코리아 프리미엄’이 형성돼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덕분에 한식은 현지 브랜드보다 10~20%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갖는다. 김영석 이사는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한국을 좋아하고 K드라마를 보기 때문에 한국식 카페, 포장마차 등을 다 알고 있다”며 “소득 수준상 한국에 여행 오는 것은 부담이 되지만, 한국 음식점이 보이면 K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며 한국 문화 체험을 즐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류가 만들어낸 문화적 프리미엄이 가격 저항을 낮춰주는 셈이다.

둘째, 젊은 인구 중심의 성장성 높은 시장이다. 유엔 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민의 중위 연령은 약 30세. 약 45세인 우리나라보다 15세 더 젊다. 덕분에 외식 빈도가 높고 새로운 음식 트렌드에 개방적이어서 한식처럼 신규 진입 브랜드가 빠르게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도 연평균 5% 안팎에 달해 소비력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셋째, 할랄 시장의 관문이다. 말레이시아의 할랄 인증 기관 ‘자킴(JAKIM)’에서 인증을 받으면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에서 통용된다. 인증 한 번으로 20억 무슬림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영어가 공용어 수준으로 통용되고 외국인 사업 환경이 개방적인 점, 2024년 외국인 관광객 2500만명을 유치한 관광 대국이라는 점까지 더하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진출의 최적 거점으로 손꼽힌다.

지난 5월 21~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국제 박람회에 교촌치킨 등 K푸드 브랜드가 참가한 모습. (노승욱 기자)
현지 브랜드도 한식 간판

“ ‘한식 콘텐츠’로 진출하는 시대”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식의 인기는 프랜차이즈 박람회 ‘FIM 2026’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참가 브랜드 중 약 20%가 떡볶이, 십원빵 등 한식 프랜차이즈였다. 재밌는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이 아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것.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자 현지인들이 자체적으로 K푸드를 표방한 브랜드를 만들어 성업 중인 것이다. 비(非)무슬림 상권의 감탄푸줏간, 하남돼지집 등 로드숍 상권에서 운영 중인 한국 브랜드 매장들도 저녁이 되자 만석을 이뤘다.

실제로 쿠알라룸푸르 주요 쇼핑몰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교촌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는 물론, CU, 이마트24 등 K편의점도 자주 눈에 띈다.

현지 프랜차이즈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프랜차이즈 협회(MFA)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산업은 매년 15% 안팎 성장하고 있다. MFA는 성장 배경으로 중산층 비중 확대에 따른 구매력 상승과 서비스 수요 증가를 꼽는다.

산업별로는 식음료(F&B) 분야 브랜드가 420개로 가장 많고, 서비스·유지보수(183개), 교육(137개), 의류·액세서리(114개), 뷰티·헬스케어(107개) 순이다(2024년 기준).

주목할 점은 외국 브랜드 비중이다. 전체 1154개 브랜드 중 자국 724개, 외국 430개로 외국 브랜드가 전체의 약 37%를 차지한다. 특히 식음료 분야에서는 자국 212개, 외국 208개로 비등한 수준이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개방적 소비 문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MFA 측은 “K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F&B와 뷰티·스킨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지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출 첫 관문은 ‘할랄’

인구 60% 무슬림 잡아야 성공

말레이시아 외식 시장 진출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할랄(Halal) 인증이다. 인구의 60% 이상이 국교인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인 만큼, 할랄 인증 없이는 사실상 주류 소비자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다.

공식 인증 기관 자킴(JAKIM)의 인증 취득에는 서류 검토, 현장 실사, 인증 발급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때문에 초기에는 돼지고기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포크 프리(pork free)’ 표시로 무슬림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원재료도 변수다. 모 브랜드는 한국 본사 소스가 할랄 기준에 맞지 않아 말레이시아 전용 소스를 별도 생산해야 했다. 추가 비용과 공급망 복잡성을 감수해야 하는 대목이다.

단, 말레이시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계 등 비(非)무슬림을 타깃으로 한다면, 할랄 인증이 필수는 아니다. 이들을 배후로 한 주요 도심 상권에 입점한다면 술과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업종도 사업성이 있다. 방수준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원주민, 중국계, 인도계 등이 어우러진 다인종 국가다. 하나의 동질적인 시장으로 봐선 안 된다”며 “브랜드 특징과 타깃 고객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 쇼핑몰에선 K푸드를 주제로 2개월간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노승욱 기자)
메뉴는 직관적으로

종합 한식당서 전문점으로 진화 중

말레이시아의 최근 한식 트렌드는 어떨까.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은 분식집처럼 다양한 메뉴를 한 매장에서 파는 ‘종합 한식당’ 형태가 주류였다. 요즘은 한식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가 높아지며 특정 메뉴에 집중하는 전문점 형태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김영석 이사는 “예전에는 K드라마에서 본 모든 음식을 한 곳에서 다 팔려는 경향이 있었다. 손님이 ‘이것도 있어요?’ 하면 억지로 메뉴를 추가하다 보니 관리가 안 되고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단, 현지 소비자들은 메뉴를 한눈에 이해하기를 원한다. 설명이 필요하거나 생소한 음식은 진입장벽이 높다. 이미 K드라마를 통해 친숙해진 음식, 비주얼이 강한 음식이 유리하다. 치킨, 떡볶이, 비빔밥, 도시락류가 비교적 안착에 성공한 카테고리로 꼽힌다. 반면 한국식 바비큐는 이미 진출 업체가 포화 상태에 가깝고, 자장면처럼 할랄 문화와 맞지 않는 메뉴는 무슬림 상권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밀키트 형태의 제품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한국 유명 셰프 브랜드와 손잡고 한국에서 소스를 들여와 현지에서 신선 육류와 조합한 밀키트를 만들어 판매해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삼계탕을 전문점이나 밀키트 제품으로 접근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식이 건강식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K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노승욱 기자)
진출 시 주의할 점은

오픈까지 1.5~2배 시간 각오해야

할랄 문제 외에도 현지 진출 과정에서 미리 대비해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법인 설립부터 영업 개시까지 과정이 복잡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법인 등록 및 계좌 개설, 매장 임차 계약, 비즈니스 라이선스 취득 등을 순차적으로 밟아야 한다.

인테리어와 설비 공사는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 전기 공사는 별도 면허를 가진 업체만 할 수 있고 승인 절차가 따로 있다. 한국에서 반입한 조리 기기가 현지 가스 규격과 맞지 않아 설치 후 작동이 안 되는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 예상한 오픈 날짜보다 1.5~2배 정도 더 걸린다고 마음먹는 게 좋다”는 게 현지 업계의 조언이다.

원가 구조도 다시 짜야 한다. 한국에서 쓰던 식재료를 그대로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현지에서 대체 재료를 찾는 과정에서 맛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양파 크기가 한국과 달라 레시피 그대로 적용이 안 되고, 당도나 수분 함량이 달라 조정이 필요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 본사의 원가 계산표는 현지에서 전면 재작성해야 한다.

직원 채용과 교육도 변수다. 말레이시아 외식업 현장에서는 내국인보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다.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말레이어 기본 교육이 필요하고, 조리 매뉴얼도 현지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한국 메뉴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실패 위험이 있다. 한국 고유의 맛은 나름대로 유지하되, 팝업 등을 통해 고객 반응을 살핀 뒤 부분적인 현지화 작업도 병행해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방수준 대표는 “많은 K푸드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 시 현지화와 오리지널리티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며 “현지화를 ‘본질은 지키되 형식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하면 굳이 이분화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유명 글로벌 브랜드도 현지 소비 문화를 존중하며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말레이시아에서 KFC는 매장에서 쌀을 제공하고, 세븐일레븐은 최근 현지 주류 판매를 중단했다. 서기수 코트라(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차장은 “K컬처가 인기가 높긴 하지만, 현지 문화와 융화될 수 있는 치밀한 현지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를 단순한 진출 목적지가 아닌 동남아·이슬람권 전체를 공략하는 교두보로 활용하는 전략적 시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떡볶이, 닭강정, 컵밥 등 길거리 한국 음식을 파는 K편의점도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마트24 말레이시아 매장. (노승욱 기자)
인터뷰 | 서영직 GPP 대표
“K푸드 80%는 실패…팝업으로 검증부터”
서영직 GPP 대표
서영직 GPP 대표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한 B2B 축산 플랫폼 ‘미트박스’를 창업, 엑시트한 인물이다. 이후 K푸드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팝업 전문 플랫폼 GPP를 설립, 새 판을 짜고 있다.

Q. 미트박스 엑시트 이후 왜 외식 해외 진출 플랫폼을 선택했나.

A. 미트박스를 운영하면서 국내 외식업의 구조적 한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내수 침체, 고령화, 저출생, 소득 양극화로 외식 소비층이 쪼그라들며 고객사들이 운영하던 식당도 연이어 문을 닫더라. 명동, 성수, 강남 등 살아남은 상권의 공통점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외국인을 한국에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들의 시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 GPP를 설립했다.

Q. K푸드가 인기임에도 해외 진출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A. 첫째는 데이터 부재다. 현지 수요에 대한 객관적 분석 없이 ‘한류 열풍이니까 되겠지’라는 감으로 들어간다. 둘째는 마케팅비 매몰이다. 유입 경로도 불분명한 퍼포먼스 마케팅에 과도하게 비용을 쏟아붓는다. 셋째는 공급망 부재다. 파편화된 현지 네트워크, 불안정한 식재료 수급, 비효율적인 원가 구조가 수익성을 갉아먹는다.

Q. 바람직한 K푸드 해외 진출 전략은.

A. 크게 네 단계로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지 비즈니스 투어’로 시장 조사, 프랜차이즈 박람회 참가 및 팝업 스토어로 시장성 검증, 해외법인 설립 후 쇼핑몰, K스트리트 등 특화 상권에 입점하는 식이다.

이때 GPP는 POS·키오스크·결제 데이터를 일별로 수치화하고, QR 설문과 재방문 추적을 통해 코호트 분석을 실시한다. 팝업이 끝나면 본 진출 시 매출·원가·초기 투자비·고객 반응을 오차 10% 이내로 예측하는 검증 보고서가 나온다. 이를 통해 본사도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현지 파트너도 설득이 된다.

Q. K푸드 해외 진출을 도운 성과는.

A. 지난해 11월 도쿄, 올 1월 중국 정저우에서 비즈니스 트립을 진행, 참가 기업의 90% 이상이 즉각 진출 의향을 밝혔다. 정저우에서는 한국식 국밥 브랜드 ‘미춘’과 파스타·돈가스 브랜드 ‘DK키친’ 등을 론칭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올 6월부터 마이타운 쇼핑몰의 K몰에 솥밥 브랜드 ‘솥솥’이 입점할 예정이다. 내년 1분기에는 도쿄 시부야에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말레이시아 진출 팁과 주의사항은.

A. 현지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맞춘 유연한 외식 실험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우선 팝업으로 3~6개월 정도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본 진출을 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수다. 또한 무슬림(60%), 중국계(23%), 인도계(7%)가 어우러진 다민족 시장인 만큼, 진출 초기에 타깃 소비층과 할랄 인증 여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현지 파트너 확보도 중요하다. 인허가·면허·노무·통관 등 외국인이 풀기 어려운 영역이 많아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자본과 시간의 예상 초과다. 한국 기준 6개월이면 열 매장이 9개월에서 1년까지도 걸린다. 이에 따라 초기 예산도 예상치의 30~50% 초과되는 게 보통이다. K푸드 해외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류 프리미엄 부족이 아니라 ‘검증 없이 들어가서 자본이 먼저 마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터뷰 | 방수준 알파랩 대표
브랜드 개성 못잖게 ‘한식 콘텐츠’로서 대중성 중요
방수준 알파랩 대표
Q. 말레이시아를 비즈니스 트립 대상지로 선택한 이유는.

A. 일본이 천천히 스며들어야 할 ‘어려운 시장’이라면, 중국은 위험하지만 뛰어들어야 할 ‘큰 시장’이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다른 의미에서 큰 시장이다.

다민족, 할랄 인증 때문에 어려워 보이지만 핵심 상권이 ‘몰’에 집중돼 있고 인접 국가로 나아가는 데 지리적, 문화적으로 교두보가 되는 나라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 싱가포르처럼 소비 수준이 높아 동남아에선 보기 드문 선진국형 시장이다.

Q. 브랜드가 해외 진출 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A. 자신이 고집하는 것이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사 브랜드에 너무 몰입하면 현지 시장에 맞게 변화할 수 없다.

K푸드가 비즈니스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만한 상황이 됐다는 것은 한식이 해외에서도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일상 음식으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즉, K푸드가 특정 브랜드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한식이라는 콘텐츠로 소비됨을 의미한다.

Q. 말레이시아 진출 팁과 주의사항은.

A. 글로벌화된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이제 많지 않다. 자사의 외식 아이템을 말레이시아 문화가 포용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시장을 잘 관찰하고 탄탄하게 준비해서 브랜드 초심의 열정을 갖고 도전한다면 말레이시아 문화에 녹아들 수 있다. 같은 브랜드를 새로운 시장에 전개하는 것도 새로운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인터뷰 | 뷔통 팡(Vuitton Pang) 이마트24 말레이시아 대표
매출의 75%가 ‘즉석 K푸드’…컵밥·떡볶이 인기
뷔통 팡(Vuitton Pang) 이마트24 말레이시아 대표
K편의점도 말레이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U와 이마트24가 각각 177개, 106개 점포를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운영 중이다. 국내편의점은 담배, 주류가 부동의 인기 상품이지만, 무슬림이 많은 말레이시아에선 즉석식품에 해당하는 ‘카운터 푸드(counter food)’가 매출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현지 1위 라면 기업 ‘마미더블데커’와 함께 이마트24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있는 뷔통 팡 대표에게 K편의점 현황을 물었다.

Q. 말레이시아 편의점 시장 현황은.

A. 세븐일레븐, KK마트, 마이뉴스, 훼미리마트, CU, 이마트24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높은 도시화율(약 78%)과 꾸준히 증가하는 1인 가구 영향으로 소량 구매와 간편식 수요가 확대되면서 편의점 시장은 연평균 약 17%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Q. 현재 직영점으로만 확장하고 있다. 가맹 사업 계획은.

A. 단순한 점포 확대보다 운영의 완성도와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00개 점포가 큰 의미가 아닐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전국 단위로 100개 이상을 운영한다는 것은 전국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앞으로 매년 30~60개를 추가 오픈해서 2년 안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운영, IT 시스템 등이 완비되면 가맹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편의점이 배후인구 약 8000명당 1개 꼴이다. 한국이 약 1000명당 1개, 일본과 대만이 약 2000명당 1개 수준임을 감안하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탄력을 받으면 2030년까지 500개점 출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K푸드를 상품화해서 성공한 사례는.

A. 컵밥이 대표 사례다. 컵밥은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토핑을 선택해 즐길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식 간편식과 분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떡볶이, 닭강정도 반응이 좋다.

K푸드가 인기를 끌며 카운터 푸드의 매출 비중이 약 75%에 달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고객 니즈에 맞춰 다양한 신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Q. 향후 경영 계획은.

A.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는 일본, 마이뉴스는 로컬, CU와 이마트24는 한국 콘셉트로 승부하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끝까지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카운터 푸드와 함께 일반 상품을 더 강화해 두 카테고리 비중이 6:4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센트럴키친을 직접 구축했다. 이전에는 상품을 외부에서 받다 보니 중간 단계가 많아 가격이 높았는데, 직접 생산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한국 본사에서 트렌드 정보와 메뉴 레시피를 지원받아 한국적인 신메뉴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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