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선관위 신뢰… 여야 “해체 수준 개혁 불가피” 한목소리
與 “선관위 사무총장 거취 고민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또다시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소쿠리 투표’ 논란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 기회가 제한된 ‘부실선거’ 상황이 발생하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체 수준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선관위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규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관위는 3대 불법 범죄를 저질렀다”며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지연 사태, 동시 투개표 실시, 중앙선관위 직무유기를 지목했다. 이어 “선관위 업무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감찰과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게 특검이 필요한 사안이다. 민주당에 긴급 국정조사 진행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부실 선거관리 책임자 전원은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은 선관위 고발을 포함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범야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개표 중지를 선언하고 권위 있는 답변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음모론에 더 많은 불을 지피게 될 것”이라며 “변명의 여지 없는 선거 관리 실패”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표용지를 50%밖에 준비하지 않은 선관위의 무능과 무책임은 당장 국정조사를 해서 뿌리부터 수술해야 한다”며 “도대체 누가 그런 황당한 결정을 내렸는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상황을 인지한 즉시 중앙선관위와 서울선관위를 찾아 “이러니까 선관위를 해체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선관위의 이번 사태가 그간 이어져 온 부정선거 음모론 확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야권 내에서는 선관위 개혁 작업이 부정선거론과 결부돼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장파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부실 관리 문제는 선거 부실 규명과 선관위 개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이것을 거대한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만들어 결국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연장하고 해법도 없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하는 낡은 정치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공개적으로 비판에 가세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불편을 초래한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선거 신뢰를 굳건히 수호해야 할 선관위가 스스로 그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어제(3일)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는 선거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즉각 사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사무총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 사무총장의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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