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숨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세 가지 쟁점

심규상 2026. 6.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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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치 의무·재발방지 이행 여부가 핵심, 전문가들 '총수 일가 처벌 어려울 듯'...시민단체 "철저한 진상조사" 촉구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1일 오전 10시 59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이 시간 현재 6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 장재완 기자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 적용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곳에서는 지난 1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났다. 해당 사업장은 2018년(5명 사망)과 2019년(3명 사망)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총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참담한 사고에 진정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표이사로서 어떠한 처벌과 책임 모두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타성과 관성에 젖어 수십 년 된 기존의 작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공식 사과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4일 오전 사고 원인의 신속한 규명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및 알앤디(R&D) 캠퍼스, 서울 본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처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이번 사건의 중처법 적용 여부를 가를 세 가지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김윤정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에게 물었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준수했나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이 정리한 화재발생상황 및 주요 조치 사항.
ⓒ 장재완
중처법 적용 여부를 가를 첫 단추는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여부'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 합동감식 결과, 폭발 사고가 발생한 56동 세척공실에는 20㎏ 대형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을 뿐 내부 폐쇄회로(CCTV), 스프링클러, 대단위 환기시설 등 기본적인 방재·모니터링 시설이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폭발 위험과 유해가스가 상존하는 공정임에도 유해가스·증기를 배출하는 국소배기장치 등 대형 환기 시설이 제때 마련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사업장 안전 개선을 위해 국소배기장치 교체와 용량 확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언론브리핑 과정에서 "지난달에야 대형 환기 시설 구매 방법을 정해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 시 기업은 세부적인 안전 조치와 설비를 갖춰야 한다"라며 "노조의 위험성 지적과 요구가 있었음에도 회사의 예산 및 구매 절차가 뒤늦게 진행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 됐다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수년간 누적된 경고음... 재발 방지 이행 여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대재해 관련 금속노조 긴급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로켓 추진제 생산공정 세척 작업 중 폭발로 5명 사망, 2명 부상 당한 사고와 관련 근본적인 사고원인조사와 실질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화오션, 한화오션에코텍, 한화솔루션, 한화 건설부문 등 업종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달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이은 한화그룹 내 중대재해는 그룹사 전체의 안전보건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권우성
이번 사고는 대기업 방산 사업장 내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한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116만㎡에 달하는 거대 사업장 안에서 사고가 난 56동(243㎡)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기준에서 제외됐고,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 대상 및 자체 점검 결과 보고 의무에서도 빠져 있었다. 회사 측 역시 "건물 면적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사업장 전체로 보면 이미 수년간 수많은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건영 의원실에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사업장의 화재 신고 이력은 속보설비 및 감지기 오작동, 3D 프린터 화재 등을 포함해 총 9건이다.

특히 화재안전조사가 집중됐던 사업장 내 70동의 경우, 방위사업청 합동점검 요청에 따라 실시된 조사에서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았으며 7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대전유성소방서는 이에 대해 위험물 취급일지 미작성, 위험물 안전관리자 미참여, 관리 감독 태만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사유가 중처법 회피 카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김 변호사는 "과거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다른 동에서 지속적인 소방 관리 부실 행정처분이 누적되었음에도 규모가 작은 공실이라는 이유로 방재 시설을 방치했다면 중처법상 '유사 재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진짜 책임자'는 누구... 김승연·김동관 빠지고 전문경영인 책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와 관련, 손재일 대표이사(가운데)가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만약 안전보건법상 관련 조치 위반 등으로 중처법이 적용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손재일 대표가 "어떠한 처벌과 책임도 달게 받겠다"고 공언한 만큼 가장 뜨거운 쟁점은 그룹 총수 일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그의 아들 김동관 부회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총수 일가의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처법상 처벌 대상은 '안전보건 관련 최종 결정권자(최고경영책임자)'다. 대기업의 경우 대개 사류상 총수 일가가 안전 총괄 및 사업 운영 라인에서 제외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손재일·김동관 공동대표 체제다. 하지만 역할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김동관 대표는 '전략 부문'만 담당하고 있고, 손재일 대표가 '사업 부문' 전체를 총괄, 안전보건 관련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모든 법적 책임은 브리핑에서 고개를 숙인 전문경영인 손재일 대표가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변호사는 "방산업체는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위험성이 극도로 높은 물질을 다루는 곳인 만큼, 사고 위험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당연히 높았다고 판단해야 한다"라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기본 방재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죄질을 더 무겁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철저히 진상조사하고 중처법 적용해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와 관련, 4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대전시의 국방산업 확대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처럼 꼬리 자르기식 처벌이나 벌금 몇 푼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가 더 큰 희생을 불러온다는 것을 이번 사고가 증명했다"라며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는 즉시 정부와 수사당국은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중처법 적용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단대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전, 충북 보은, 전남 여수, 경남 창원과 대전·판교·아산 연구개발(R&D) 캠퍼스 등 전국 9개 사업장이다. 대전·보은·여수사업장은 추진제와 장약을 생산하고 창원사업장은 K-9 자주포, 장갑차, 항공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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