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창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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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을 비롯하여 역대 독재자들은 권력연장·유지를 위해 정적 제거 및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1970년 4월 자력으로 월간 <씨알의 소리>를 창간했다.
"내가 바보의 생각을 좀 말하리다. 나는 씨알에 미쳤습니다. 죽어도 씨알은 못 놓겠습니다. 나 자신이 씨알인데, 나는 농사꾼의 집안에서 났습니다. 참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갓은 베고 죽는다'고 우리 마을에선 표본적인 농부였던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었습니다. 농사는 나만이 하는 농사입니까? 밥은 나만이 먹는 밥입니까? 천하 사람이 영원히 먹을 밥입니다."
"씨알의 소리를 해보자는 것은 길르기 위해서입니다. 나라에 늙은이(중심세력-필자) 없으면 못생긴 우리끼리라도 서로 마음을 열고 의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우리 다음 세대는 늙은이를 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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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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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알의 소리> 창간호 |
| ⓒ 함석헌기념사업회 |
독립운동 출신으로 '싸우는 평화주의자' 함석헌은 정관계가 아닌 재야에서 활동한 자유인이다. 독부를 향해 거침없이 할 말을 하고 글을 썼다. 독재세력이 입을 틀어막고 언로를 차단했다. 청중이 없어서 말을 못하고 지면이 없어 글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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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석헌 |
| ⓒ 함석헌기념사업회 |
"잡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해방 후 줄곧 해오는 생각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지만 <말씀>도 그래서 냈었습니다. 6호까지를 내다가 5·16 파동으로 중단됐습니다. 그 담은 월간보다도 주간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꾸는 데는 나는 반드시 남에게 떨어지지 않는 듯 합니다."
"그 후 알아보니 주간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민중의 입을 열기보다는 틀어막기만 밤낮 연구하는 집권자들은 이상 야릇한 법을 만들어서 굉장한 시설과 자금이 없이는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정의감과 기백은 줄어드는 것이므로 그 법령의 그물을 통과하고 나오는 놈이면 묻지 않고 자기네의 심부름꾼으로 생각해도 좋다 하는 심산에서 나온 법입니다. 하여간 그래서 다시 월간지 생각을 했습니다."
"군사정권에서 제1차 공화당 집권으로, 거기서 제2차 집권으로, 또 거기서 3선개헌 파동으로 나감에 따라 민주주의는 전락의 길로만 줄다름쳤습니다. 국민의 정신은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 전에는 겁쟁이라고나 했겠지만 이제는 겁쟁이 정도가 아니라 얼빠진 놈입니다. 그럴수록 기대되는 것은 지식인인데 그 지식인들이 왼통 뼈가 빠졌습니다. 이상합니다. 학문이란 다 서양서 배운 것이라는데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양 역사라면 민권투쟁의 역사, 서양 정치라면 권위주의에서 자유주의로 달리는 정치인데, 어째서 배운 것을 하나도 실천하려 하지 않을까? 시저 죽은 것을 배웠으면 오늘의 시저도 죽여야 할 것 아닙니까? 프랑스 혁명사를 읽었으면 민중의 앞장을 서야 할 것 아닙니까? 소크라테스ㆍ예수의 수난을 보았으면 그와 같이 죽어도 옳은 건 옳다, 그른 건 긇다,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저들은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원에 기관총, 최루탄이 들어와도 모른 체 하고 친구가 바른 말 하다가 정치교수로 몰려 쫓겨나가도 못 본척 하고 있었습니다."
"풍토를 어떻게 고칩니까? 뒤집어엎어야 해! 누가 뒤집어엎습니까? 씨알 이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미운 것은 신문입니다. 신문이 무엇입니까? 씨알의 눈 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씨알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고, 씨알이 하고 싶어 못견디는 말을 입을 막고 못하게 합니다. 정부가 강도의 소굴이 되고 학교, 교회·극장·방송국이 다 강도의 앞잡이가 되더라도 신문만 살아 있으면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치 강도에 대해 데모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젠 신문을 향해 데모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국민이 생각이 있는 국민이면 누가 시키는 것 없이 동맹을 해서 신문이 몇 개 벌써 망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싸움터는 국회의사당도, 법정도, 학교도, 교회도, 신문사조차도 아닙니다. 직장, 다방, 선술집, 소풍 놀이터에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일만도 아니요, 누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요, 생활의 한 부분이 아니라 모두의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왜 정치에 관계된 말을 하나? 강도가 들어왔는데, 그럼 '도둑놈이야!' 하고 내쫓을 생각도 아니해야겠습니까? 이런 때, 정치가 온갖 사회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때에 입을 닫고 중립을 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 한패입니다. 도둑이 왔어도 도둑이야 소리 아니하는 놈은 도둑 한패 아닙니까? 나의 바라는 것은 정치가, 아주 없어지는 것은 감히 못바라도, 적어도 손에 무기 쥔 정치 무리가 판을 치는 날이 어서 지나가는 것입니다."
"내가 바보의 생각을 좀 말하리다. 나는 씨알에 미쳤습니다. 죽어도 씨알은 못 놓겠습니다. 나 자신이 씨알인데, 나는 농사꾼의 집안에서 났습니다. 참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갓은 베고 죽는다'고 우리 마을에선 표본적인 농부였던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었습니다. 농사는 나만이 하는 농사입니까? 밥은 나만이 먹는 밥입니까? 천하 사람이 영원히 먹을 밥입니다."
"이제 내가 이 잡지를 내는 목적을 말합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 사람이 죽는 일입니다. 씨알의 속에는 일어만 나면 못 이길 것이 없는 정신의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라는 명령을 받아야지, 누가 명령하나?(...) 순교자는 처음부터 강하지만 한 번 순교하고 난 다음 돌아보지 않으면 순교자의 씨는 끊어지고 말 것입니다. 순교자 자신은 물론 그것을 생각하지 않지만 교회는 그것을 일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희생자의 뒤를 봐주는 조직적인 활동은 설교보다도 중요합니다."
"씨알의 소리를 해보자는 것은 길르기 위해서입니다. 나라에 늙은이(중심세력-필자) 없으면 못생긴 우리끼리라도 서로 마음을 열고 의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우리 다음 세대는 늙은이를 가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잡지 창간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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