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으로 떠난 '반값여행', 왈칵 눈물 나게 만든 순간

최호림 2026. 6. 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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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있던 지난 3일.

해인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반값여행 홍보 현수막이 눈에 띄었고, 식당과 상점 앞에는 사용 가능 여부가 명확하게 표시돼 있었다.

1인 2만 2000원이지만 실상 반값여행이라서 1만 1000원에 즐길 수 있는 정식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졌다. 맛깔스러운 나물 반찬 하나하나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고, 반값여행 혜택으로 한결 가벼워진 마음 덕분인지 밥맛은 더욱 꿀맛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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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먹거리와 볼거리 가득한 영상테마파크까지... 합천에서 만난 풍경과 '맛'

[최호림 기자]

지방선거가 있던 지난 3일. 사전투표를 마친 아내와 나는 경남 합천으로 향했다. '반값여행'에 선정되면서 가능해진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합천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값여행을 철저히 준비한 지역의 배려였다. 제로페이 충전 방식으로 운영돼 사용이 간편했고, 무엇보다 관광객이 제도를 이해하기 쉽게 곳곳에 반값여행자를 위한 안내가 되어 있었다.
▲  매장 입구마다 큼직하게 세워진 '합천반값여행 제로페이 사용가능' 입간판.
ⓒ 최호림
해인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반값여행 홍보 현수막이 눈에 띄었고, 식당과 상점 앞에는 사용 가능 여부가 명확하게 표시돼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며 "혹시 반값여행 결제 가능한가요?"라고 묻는 순간의 머쓱함이 없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지역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우선 팔만대장경은 꼭 보고 싶었다.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은 고려 시대 몽골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아내고자 무려 16년에 걸쳐 8만여 장의 목판에 방대한 불교 경전을 정교하게 새겨 넣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기록유산이다.

합천으로 떠난 '반값여행'
▲  우측에서 좌측으로 힘 있게 쓰인 '八萬大藏經(팔만대장경)' 한자 현판
ⓒ 최호림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문화재를 직접 본다는 설렘에 가득 차, 맨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을 하듯 해인사까지 올라갔다. 날씨가 더워 온몸에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리고 도착한 장경판전 앞에서는, 그 웅장함과 선조들의 지혜에 압도되어 맺혔던 땀방울과 더위마저 싹 가시는 듯했다. 이렇게 오래된 문화재가 훌륭하게 보존되고 있는 현장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 직접 들어갈 수 없어 더욱 애틋하고 신비로운 팔만대장경 보존 현장ⓒ 최호림

등산 아닌 등산을 했더니 이내 시장기가 몰려왔다. 해인사 주차 매표소를 지나 한참 들어오면 길목에는 산채 정식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전주에 살며 한정식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진 필자의 입맛을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까 내심 궁금해 하며, 만화 <식객>의 허영만 화백과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이 방문했다는 유명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1인 2만 2000원이지만 실상 반값여행이라서 1만 1000원에 즐길 수 있는 정식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졌다. 수십 가지의 다채로운 산채 나물들로 가득 채워진 밥상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는 진수성찬 그 자체였다. 맛깔스러운 나물 반찬 하나하나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고, 반값여행 혜택으로 한결 가벼워진 마음 덕분인지 밥맛은 더욱 꿀맛 같았다.

▲ 미식의 도시 전주 사람 입맛도 사로잡은 해인사 산채 정식ⓒ 최호림

합천 하면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영상 테마파크가 있다. 방문한 날도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과거 방영되거나 상영된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단성사 극장을 재현해 놓은 세트에서는 왈칵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눈에 띈 건 일제강점기 시절의 전차와 적산가옥부터 과거 안내양이 있었을 법한 버스, 그리고 청와대 세트장이었다.

▲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훌쩍, 햇살 가득한 옛 전차 내부 직캠ⓒ 최호림

청와대 세트장은 정말 실제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 입구부터 본관까지 상당한 거리를 올라야 했다. 사실 아래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라고 직원이 권했지만, 좀 더 자세한 관람을 위해 걸어가는 것을 택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땀방울을 흘리며 걷다가 마침내 청와대 세트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정교함과 신기함에 혀를 내둘렀다.

▲ 땀 흘리며 걸어 올라간 보람이 있네! 웅장한 합천 청와대 세트장ⓒ 최호림

온몸을 땀으로 샤워하고 나니 다시금 배가 고파졌다. 합천 시내로 진입 운전하던 중 중식당이 눈에 띄었다. 마치 방금 전 지나온 영상테마파크의 세트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오랜 내공의 간판에 이끌려, 홀린 듯 차를 멈춰 세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유명 연예인들이 들러 식사를 하고 갔는지 한 쪽 벽면 가득 각양각색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군만두와 야끼우동을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음식 맛을 보며 나는 사뭇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만두는 전북 군산의 유명한 맛집과 그 맛이 닮아 있었고, 야끼우동은 전주에서 흔히 말하는 '물짜장'과 비슷했다. 맛은 물론 모양까지 흡사했다.

▲ 합천에서 전주의 향기를 느끼다! 비주얼부터 완벽한 야끼우동 ⓒ 최호림

식사를 하던 중 어느덧 저녁 6시가 되어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화면 분할 처리되어 나오는 개표 방송에서 파란색 팀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고 있었고, 빨간색 팀에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현재 전라북도 전주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그 대비되는 풍경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분명 입맛과 음식 문화까지도 이렇게 비슷한데, 유독 정치와 지역 감정은 이렇게나 서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치기 여행의 끝자락에서 묘한 여운이 남았다. 그러면서도 다음 반값 여행지로 선정된 하동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가슴 한편에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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