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 밈'부터 '야인시대' 패러디까지... 이 드라마의 신선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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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야인시대>의 김두한이 된 것 마냥 깡패들을 때려눕히고, "멋지다!"를 외치며 자신의 전작을 능청스럽게 패러디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짧고 확실한 '키워드' 하나로 이야기를 묶어 소비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호흡을 노리고, SNS에 곧바로 퍼 나를 수 있는 확실한 해시태그를 드라마가 먼저 달아준 것이다.
드라마가 깔아둔 이 멍석은 극 초반부터 쏟아진 인터넷 '밈'과 패러디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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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혜 기자]
뜬금없이 <야인시대>의 김두한이 된 것 마냥 깡패들을 때려눕히고, "멋지다!"를 외치며 자신의 전작을 능청스럽게 패러디한다.
유쾌한 B급 코미디인가 싶던 찰나, 드라마는 이내 전생부터 이어진 남녀 주인공의 비극을 꺼내 든다. 인터넷 밈과 멜로라는 이 독특한 조합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열광하고 있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이야기다. 대중은 도대체 왜 이토록 이질적인 조합에 환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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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
| ⓒ SBS |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전 같으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온라인에 모여 붙였을 이름표를, 제작진이 아예 캐릭터의 입을 빌려 한 단어로 콕 집어 선언해 버린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짧고 확실한 '키워드' 하나로 이야기를 묶어 소비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호흡을 노리고, SNS에 곧바로 퍼 나를 수 있는 확실한 해시태그를 드라마가 먼저 달아준 것이다.
요즘 대중이 갈등 없이 매끄러운 해피엔딩보다 '망한 사랑'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끝내버리는 반면, 파국으로 끝난 관계는 서사에 커다란 공백과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 미완성의 감정선을 보며 끊임없이 '만약에'를 상상하고, 텍스트를 자기 입맛대로 다시 조립한다. 즉, '망사' 코드는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가장 깊게 개입하며 놀 수 있도록 완벽한 멍석을 깔아주는 장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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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
| ⓒ SBS |
여기에 4회에서 서리가 "야인시대 제18회, 김두한이 제비를 쓰러뜨리는 대목"이라 외치며 기상천외한 액션으로 깡패들을 때려눕히는 장면이나, 임지연 배우 본인의 전작 <더 글로리>의 명대사를 능청스럽게 따라 하는 장면이 더해지며 시너지를 낸다.
이러한 뜬금없는 패러디의 활용은 캐릭터의 입으로 "망사"를 외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듯, 아무리 무거운 비극이라도 입맛에 맞게 조각내고 '드립'을 섞어 재미있는 놀거리로 바꾸어 소비한다. 제작진은 네티즌들이 드라마를 해체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이 방식을 대본 기획 단계부터 그대로 차용했다. 자칫 감정이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멜로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밈을 던져 예능처럼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그렇게 보면 <멋진 신세계>는 단순한 로맨스물을 넘어, 오늘날 대중문화 콘텐츠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가볍게 휘발되는 시대라지만, 대중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가장 적극적이고 유쾌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글쓴이(이인혜)는 12년차 대중문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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