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도 남는다…투표용지 줄여야” 4년 전 선관위 용역보고서

윤준식 2026. 6. 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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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중선위 가이드라인 최소치(50%)만 뽑아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4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용역으로 작성된 선거사무절차 개선방안 관련 보고서에 투표용지 인쇄를 축소해야 할 필요성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가 비용절감, 보안상 문제 등을 이유로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을 하다가 사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국행정연구원은 2022년 선관위 정책연구용역 사업 의뢰를 받아 ‘선거절차사무 개선방안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연구는 부정선거 의혹에 빌미를 제공하는 선거절차사무 원인을 진단한 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검토했다.

보고서에서는 선관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한 방안으로 본투표에 사용될 투표용지 인쇄 축소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에는 ‘(투표용지를) 대선 때는 선거인수의 70%만 인쇄를 했고,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더 낮으므로 60% 정도 인쇄했음. 이처럼 축소해서 인쇄했는데도 폐기되는 투표용지가 많음’이라고 지적한 뒤, ‘선거별 투표율, 사전투표율 등을 고려해 선거일 투표에 사용하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날 사태 발생 이후 선관위 측이 보인 입장과 비슷하다. 선관위 측은 문제가 터지자 송파구선관위가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해 인쇄 매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 구·시·군 선관위가 인쇄할 투표용지 매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최소한 유권자 수의 50%는 인쇄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보냈다. 송파구선관위가 준비한 투표 용지는 전체 유권자 수의 50%에 그쳤다. 규정의 최소치만을 준비했다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진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지선에서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음에도 선관위가 대비를 못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거 사무는 비용 절감이 능사가 아닌데 예산 절감 등을 목적으로 충분한 여유분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선관위가 자기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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