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소 50% 인쇄’ 지침에 투표용지 부족…선관위, 기준 손질한다
구·시·군 선관위 보수적 인쇄 관행
중앙선관위, 인쇄 지침 상향한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잔여 용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내부 지침 때문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각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배포한 내부 지침을 통해 지방선거 본투표일 용지를 전체 선거인 수의 ‘50% 이상’ 인쇄하도록 규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선관위는 종합선거관리지침에 본투표일 투표용지의 최소 인쇄 물량을 명시해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침은 지방선거는 전체 선거인 수의 50% 이상,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는 60% 이상을 사전에 인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는 각 구·시·군 선관위가 담당한다. 이들 지역 선관위는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최소 기준을 바탕으로 과거 선거 투표율과 사전 투표율, 선거인 수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인쇄 물량을 결정해왔다. 인쇄 비율은 지역 선관위 위원회가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집중된 서울 송파구의 구선관위는 지침 하한선인 체 선거인 수 50% 수준만 본투표용지를 인쇄했다. 송파구선관위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고려해 본투표 수요를 예측했고, 이를 근거로 인쇄 물량을 50%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선거인 10만명 투표소에서 2만명이 사전투표를 했다면 이들에 대한 투표용지는 현장에 마련된 발급기를 통해 사전투표 당일 배부된다. 이어 본투표일에 다시 10만명의 50%인 5만명 분량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선거인 10만명 기준으로 70%인 7만명분 투표용지가 마련되기 때문에 물량이 충분하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소진되면서 현행 인쇄 기준의 한계가 드러났다. 투표구별 사전투표율과 본투표율 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최소 기준에 맞춰 물량을 산정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관위는 과도한 잔여 투표용지 발생을 막기 위해 인쇄 물량을 줄였다고 해명했다. 선거 종료 후 남은 투표용지는 회수와 보관·폐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물량이 많을수록 분실이나 도난,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잔여 투표용지를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탈취 위협 등 보안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이 때문에 지역 선관위들이 인쇄 물량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행 투표용지 인쇄 기준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선거일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과 함께 지역별 수요 예측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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