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맥]클라우드에서 맞이한 양자 컴퓨팅 10년

2026. 6. 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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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은 오랜 시간 동안 이론의 영역에 머물거나 제한된 환경 속에서만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에 의존했고, 이후에는 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특수한 하드웨어와 연구 시설이 필요했다. 10년 전, IBM이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Cloud)를 통해 공개했을 때 비로소 구조 자체를 바꿔 놓은 전환이 이루어졌다.

클라우드를 통한 접근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성능이나 규모가 아니라 기대의 수준이었다. 브라우저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만으로 양자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양자컴퓨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게 됐다.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곧바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고, 연구자들은 실제 환경의 잡음과 제약 속에서 가설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스타트업 역시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양자 컴퓨팅은 소수의 연구실이 구축하는 대상에서, 누구나 실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변화는 혁신의 방식마저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논문 속에서의 정교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아이디어가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알고리즘은 잡음을 견디도록 설계돼야 했고, 소프트웨어는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발전의 방식도 달라졌다. 일부의 획기적인 성과가 전체를 이끄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많은 작은 실험과 개선이 축적되는 과정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반복과 피드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고, 양자 기술을 보다 현실에 기반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양자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됐다. 다양한 역할이 자연스럽게 분화됐고, 도구를 개발하는 이들부터 오류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가, 응용 중심의 연구자, 교육자, 시스템 통합자까지 여러 주체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발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면서 비로소 전문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구체적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조직을 중심으로 양자 기술 접근성이 확대됐고, 주요 협력을 바탕으로 실제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연구와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산업과 학계를 연결하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지역에 뿌리를 둔 다층적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양자 생태계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접근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고 확장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통신,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양자 기술과의 접점을 만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단순한 참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해서 인재와 기업, 응용 기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재 양성과 융합 교육, 그리고 산업과 학계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양자 시스템을 활용한 연구와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알고리즘 개발과 학문적 성과, 인재 양성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10년 동안 양자 컴퓨팅이 전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실험과 피드백이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공통의 도구와 환경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방향 역시 분명하다. 경쟁의 핵심은 더 나은 장비를 보유하는 데 있지 않다. 얼마나 견고하고 포용적이며 역량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클라우드를 통한 양자 컴퓨팅의 개방은 하나의 계기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로 이어갈 것인가다. 도구와 환경은 갖춰져 있다.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볼 기회도 열려 있다.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 주체는 이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백한희 IBM 퀀텀 알고리즘 센터 총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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