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7동에 묶인 2000표…“오세훈 당선에 끝 아냐, 부정선거 밝혀야”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서울시장 당락이 갈린 4일 오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6·3 전국 동시지방선거 이튿날인 이날 오전 7시, 제2투표소(우성아파트 경로당) 주변을 “선거 무효” “부정 선거” 구호를 외치는 시민 100여명이 에워쌌다. 이 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10시로 연장한 곳이다.
개표가 이뤄지는 와중에 선관위가 새로 투표용지를 들여와 대기자 투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0여명이 몰려들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투표함 반출을 막았다. 이 투표소는 기표를 마친 투표함 2개(약 2000명분 표 추정)를 보관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15분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를 앞서기 시작하자 시위는 더욱 격해졌다. 보수 정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졌지만, 서울시장 선거만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에게서 투표할 권리를 빼앗아간 선관위를 규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시민은 시위대 앞에 서서 “오세훈 당선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참정권을 박탈당했다”며 “이 사태를 계기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 특검이나 수사를 통해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송파구 주민이라는 이모(30대)씨는 “어제 오후 4시30분에 투표가 중단돼 돌아갔던 유권자가 오후 6시 이후 다시 왔으나 대기표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거부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국민의 한 표가 사라지는 패악질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부정선거론을 펴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도 이날 오전 7시부터 투표소를 찾아 “전국 10여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중앙선관위원장 사퇴, 선관위 해체를 요구한다”고 했다.
밤샘 대치가 이어지며 주민 불편도 초래됐다. 이날 오전 8시20분쯤엔 50대 여성 입주민이 “밤새 시끄러워 한숨도 못 잤다”고 항의하면서 시위대와 입씨름을 했다.

투표소 안엔 선관위 직원들과 참관인, 투표사무원 등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실상 갇힌 상태다. 김순애 송파구의원은 “투표소 안에 있는 13명이 어제 점심 이후 밥도 못 먹고 있다고 한다”며 “투표함을 언제 옮길지 몰라 고령인 분들만 먼저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안에 물도 떨어지는 거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35분쯤 파란색 상의를 입은 여성 참관인이 투표소 밖으로 나오자 시위대는 가방 검사를 하기도 했다. 참관인이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해줬는데도 시위대는 “한국에 오신 지 오래 됐느냐”며 ‘국적 검사’를 했다. 이 참관인은 “나 여기 태생이다. 미쳤나 봐”라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상황이 격화하자 김범진 서울선관위 사무처장이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 김 처장은 “서울 선관위원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개표를 해야 당선인을 확정하고 여러분이 원하시는 선거 유효성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필요하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시위대가 투표소를 나온 김 처장을 상의를 잡아당기면서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 또 김 처장을 따라가며 “부정선거 사형”을 외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투표소 주변 치안 유지를 위해 이날 오전 3시 기준 약 470명 경력을 배치했다. 지난 3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잠실7동 투표소 관련 신고 접수 건수는 135건으로 집계됐다. 현장에 배치된 기동대는 시민 안전 등을 이유로 단지 밖에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선관위도 투표함 이송에 강제력을 동원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성배·오삼권·이규림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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