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불 끄다가 서울 내준 민주당... 웃을 수 없는 승리

곽우신 2026. 6.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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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광역단체장 16개 중 12개 석권하고도 서울 역전패·평택을 헌납... 정청래 리더십 도마에

[곽우신, 남소연, 이정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이기기는 이겼다. 그러나 승리 같지 않은 승리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2개를 석권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재선거 2곳, 보궐선거 12곳) 총 14개 지역구에서도 민주당은 9개를 가져갔다. 숫자만 보면 분명 넉넉한 승리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웃을 수가 없다. 기대를 모았던 대구광역시는 물론이고, 탈환을 꿈꿨던 서울특별시장마저 막판에 역전당하며 쥐지 못했다. 범여권 진영 내 혈투가 벌어졌던 경기도 평택시을의 재선거를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가져갔고, 부산광역시 북구갑에서도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다. 재보궐선거 14개 선거구 중 13곳이 원래 민주당 의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의 뒷맛이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다. 당장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6 대 0" 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렸나... 전선 남하의 역설

민주당의 승리가 '애매'한 이유는, 당초 기대를 모았던 '압승' 구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 전, 여의도에서는 심심치 않게 '15:1' '16:0' 같은 기대치가 돌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고, 주식시장 활황과 같은 요인도 여당 프리미엄을 강화하는 요소였다. 본래 '접전지'로 꼽혔던 수도권,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충청권을 넘어서 여론의 관심이 보수 정당 안방인 '영남권'에 쏠린 것도 그때문이다.

전통적인 선거 보다 전선이 훨씬 남하했다.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본진이자 아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여권에 훨씬 유리한 구도를 증명했다.

이같은 구도는 민주당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게 했다. 조작기소 특별검사법(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추진이 대표적이다. 법안 발의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공소취소권' 부여에 거리를 두던 당 기류가 갑작스럽게 뒤집혔고, 보수 진영이 '정권 심판' 혹은 '정권 견제'를 외치며 결집할 가장 강한 명분을 제공했다.

정작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당력을 쏟은 것은 격전지가 아니라 '전북'이었다. 대리운전비 봉투 논란으로 '공천 배제'된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재선에 성공하면,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호남 공천 실패를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관영 후보가 선전하자, 지도부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를 '진짜' 민주당 후보라고 강조하며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원택 후보 당선을 만들어 내며 전라북도의 큰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산발적으로 번진 불들이 민주당을 덮쳤다.

다자 구도로 치러진 경기 평택을, 한 번만 방문한 정청래 대표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가 4일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모았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끝난 김부겸 대구광역시장 후보가 문제가 아니었다. 경상북도는 원래 어려운 곳이었고, 진보당과의 단일화를 바탕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경수 민주당 후보의 경상남도지사 복귀가 무산된 것도 아쉬울 수는 있지만 여당 입장에서 치명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평택을의 패배는 뼈아프다. 물론 가장 큰 위기를 자초한 것은 조국혁신당의 조국 후보이다. '국민의힘 제로'를 외치며 출마를 강행해 다자 구도를 만들며,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을 하나 늘려줬기 때문에 정치적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보수 정당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이던 정당이, 자당의 귀책 사유가 발생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평택에 큰 연고가 있지도 않고, 각종 의혹이 불거진 후보를 자체 검증에 실패한 채 내보낸 데다가, 여러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데도 '소명이 됐다'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갑에 출마해 당선한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유튜브 <스픽스>에 출연해 "민주당이 김관영 후보를 배제하고 전북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현재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평택을 재보선 등에 당력을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송 전 대표는 "평택을은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전북은 표가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우려했고, 그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정청래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인 5월 16일, 김용남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게 유일한 평택을 공개 지원이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단 한 차례도 평택을을 방문하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역전패, 청와대에 읍소했던 부산 북갑
▲ 결과 승복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개표상황실로 입장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에서의 역습도 치명적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의 '5선'을 막지 못하면서, 서울시 탈환이라는 민주당의 숙원이 재차 물 건너갔다.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등 각종 악재와 실정을 드러낸 오세훈 시장을 심판하지 못했다.

정원오 후보 개인의 매력 부족, 캠페인의 실패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선거운동의 시작과 끝을 같이 했던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원오 후보가 '매머드 선대위'를 꾸리며 갈팡질팡하는 동안, 당은 명확한 교통정리에 나서는 대신 '당선 이후'를 그리고 있었다.

부산 북구갑에서 하정우 후보가 낙선한 것 역시 당에는 심대한 내상이다. 하정우 후보는 원래 이번 선거에 출마할 일정이 아니었다.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도 하정우 수석의 차출에 그닥 긍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거리두기에도 정청래 지도부는 연일 공개적으로 하 수석 출마를 요구했고, 오락가락하던 하 수석이 늦게나마 당의 읍소에 응답했다.

이런 경우라면 '정치 초보' 하 후보를 당에서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야 하는데, 막상 당은 하 후보를 출마시킨 뒤 전략 관리에 실패했다. 무소속 한동훈 후보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의 협공 사이에 끼었는데도, 하 후보는 '전재수 후보의 계승자'라는 것 이외의 장점이나 매력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했다. 정청래 대표가 초래한 '오빠' 논란만 불거졌을 뿐이다. 단 한 번 치러진 TV토론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 후보의 추격세를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새벽 부산 북구 선거사무실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며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과 부산 북갑 모두 민주당은 지나치게 수세적이었다. 후보 검증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TV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던 정당이, 이제는 TV토론을 '피하는' 정당이 됐다. 이 역시 민주당의 기득권 보수화를 상징하는 단초 중 하나이다. 문제는 그러한 캠페인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느냐는 데 있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 '동탄 모델'을 만들어 준, 공영운 당시 후보의 실패한 전철만 되풀이했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광역시장 후보가 부산 탈환에 성공, 민주당 '낙동강 벨트' 복원의 다리를 놓았지만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더 이길 수 있었는데 자만해서 졌다" "이런 식으로 이기는 건 이번이 마지막"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오마이뉴스>에 "민주당이 이렇게 '쉬운'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서 이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잘못했으니까,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가 잘못하니까' 이길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대통령 지지율과 별개로 여권에 대한 견제 심리는 늘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길 건데, 지방선거 전에 하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 같은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진영의 안방에서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통하는 게 밖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중도 확장에는 싸늘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역시 "이길 것이라는 자만감에 너무 일찍 도취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 북구갑 같은 경우에도 표차가 그리 크지 않다. 정교하게 선거운동을 했으면 충분히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지역이었다"라고 짚었다.

또한 "경기 평택을도 데이터를 보면 보수세가 만만치 않다. 다자 구도로 가면 평택에 연고가 있는 유의동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 후보에게 양보를 받아내든, 멀리 보고 양보를 하든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이길 수 있다'라고 자만한 게 컸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또한 "오세훈 후보 개인의 인물 경쟁력이 높은데도, 너무 '수성'에 치우쳐 '피하는' 선거운동을 한 게 패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선거 막판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적인 SNS 메시지로 전면에 나선 데 대해서는 평론가들의 해석이 엇갈렸다. 윤 실장은 "공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득이 좀 더 있었을 것"이라며 "호불호가 강한 정청래 대표가 보다 전면에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민주당은 간판이 없는 상태와 비슷하게 됐다"라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역결집'이라는 반대급부도 있었지만,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는 대통령의 이슈 파이팅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반면, 엄 소장은 "투표율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대통령이 기여를 한 게 맞지만, 주요 접전지에서 오히려 '정권 견제론'에도 힘을 실어주면서 승패가 뒤바뀌는 역효과가 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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