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고부터 연금기금·공탁금까지…하반기 은행권 기관영업 '격전'

박경은 기자 2026. 6. 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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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한상민 기자 = 서울시금고 입찰로 달아오른 은행권 기관영업 경쟁이 하반기에는 더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외화금고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주거래은행 선정 등이 잇따라 마무리된 가운데, 지방선거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경쟁 입찰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필두로 전국 지방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도 5년 만에 새로 결정되면서 공공·연기금·법원 자금을 둘러싼 은행권의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 농협銀, '푸른씨앗' 우협 선정…우리銀 교체 전망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근로복지공단 중기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의 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22년 중기퇴직연금기금제도가 시작되면서 우리은행이 첫 시작을 같이했다. 이번에도 우리은행은 주거래은행에 지원했지만, 농협은행이 1순위 우협대상자 선정되며 사업자 지위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순위 선정을 위한 배점은 기술능력 평가 90점, 가격 평가 10점 등 합산 100점으로 이뤄졌다.

기술능력 평가에서 재무 안정성 및 투명성 항목을 제외한 항목에서는 우리은행이 평가 결과를 앞섰다. 우리은행은 70점 만점에 평균 65.61점을 받았고, 농협은행은 이보다 낮은 62.83점을 받았다. 다만, 가격평가와 재무 안정성 및 투명성 등 나머지 항목에서 농협은행이 우리은행의 점수를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농협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오는 2030년 8월 31일까지 사업을 위탁받게 된다. 추정 위탁수수료는 약 40억원이다.

농협은행이 중기퇴직연금기금의 주거래은행 우협대상자로 새로 선정되며 우리은행이 맡아온 자리를 가져온 가운데, 신한은행은 서울시 1·2금고 수성에 성공했다.

서울시금고 규모는 51조원 수준으로 신한은행은 지난 2019년 우리은행으로부터 1금고 자리를 가져왔다. 2023년에는 2금고까지 뺏어오며 우리은행은 전담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렸지만, 탈환에 실패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국민연금 외화금고를 재유치했다. 이어 인천시금고와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등 대형 입찰도 줄줄이 예고되면서 은행권 기관영업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 경쟁 무대 인천으로…구금고·법원 공탁금도 줄줄이 대기

올 하반기 최대 격전지로는 인천시금고가 꼽힌다. 인천시는 내달 금고 공모에 착수해 오는 8월 중 차기 금고지기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천시금고는 연간 재정 규모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현재 인천시 제1금고는 신한은행이, 제2금고는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서울에 이어 신한은행이 인천에서도 자리를 지켜내며 수도권 시금고 강자의 위상을 굳힐지가 관건이다.

하나은행의 움직임도 변수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시대를 공언한 만큼, 인천시금고는 단순한 지자체 금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본사 이전을 앞두고 지역 밀착 행보를 강화해야 하는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놓치기 어려운 자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지키는 쪽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 금고는 전산 규모가 커 새로 들어가려는 은행 입장에서는 준비 시간이 빠듯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금고도 지방선거 이후 순차적으로 공모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 예산을 모두 합치면 인천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시금고 못지않게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 자치구 금고는 우리은행이 14곳, 신한은행이 6곳, KB국민은행이 5곳을 맡고 있다. 구금고에서는 여전히 우리은행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서울시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준 만큼 수성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 탈환 실패의 아쉬움을 구금고 경쟁에서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경쟁도 하반기 주요 이벤트다. 서울을 비롯해 춘천·대전·대구·창원·전주 등 전국 지방법원 17곳의 공탁금 보관은행 계약이 올해 말 만료된다.

법원 공탁금은 조흥은행 시절부터 관련 업무를 맡아온 신한은행의 독무대로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기존 은행의 적격성만 심사한 뒤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난 2017년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경쟁 무대가 열렸다. 서울 기준으로는 5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입찰전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기관영업 쪽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갈 것"이라며 "메이저 시금고 입찰과 구금고, 법원 공탁금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다 보니 공모 일정이 겹치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로고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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