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찔렸다"는 피해자에 수갑 채운 경찰…백인청년 사망에 英 발칵

최영 2026. 6. 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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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오인 청년 수갑 찬 채 사망
정치권선 '백인 역차별' 공방까지
사우스햄프턴 경찰서 앞 시위대. 연합뉴스

영국에서 백인 청년이 시크교도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하고도 경찰 오인으로 수갑을 찬 채 사망한 사건이 인종 문제로 번지면서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 형사 법원은 지난해 12월 귀가 중이던 백인 학생 헨리 노박(당시 18세)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시크교도 비크룸 디그와(23)에게 최소 복역 기간 21년의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이 사건은 경찰의 미흡했던 대응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디그와는 본인이 노박을 흉기로 공격했는데도 현장의 경관들에게는 노박이 자신의 터번을 벗기고 머리를 잡는 등 인종차별성 공격을 했다고 거짓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노박을 용의자로 보고 수갑을 채웠다.

재판 과정에 공개된 경찰 보디캠 영상에는 노박이 바닥에 쓰러진 채 "흉기에 찔렸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답한다. 노박이 고통스러운 듯 "숨을 못 쉬겠다"고 말했지만 경관은 노박에게 수갑을 채웠고, 노박은 그 직후 사망했다.

노박의 아버지는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경찰 대응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죽음이 "더 이상 분열과 증오, 긴장을 조장하는 데 이용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족의 이러한 뜻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격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번 사건을 '백인 역차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완전히 냉혹한 분노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박이 '숨을 못 쉬겠다'고 한 점을 들어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영국에서 백인들의 권리는 소수민족의 권리보다 덜 소중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가리킨 언급이다.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의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비극으로부터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을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패라지 대표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허위정보와 선동적 언급은 끔찍한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이 살인 사건이 커뮤니티간 반목으로 바뀌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노박 피살 사건 공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영국 경찰의 이번 사건 대응을 비판하고 경찰을 상대로 한 소송에 자금을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글을 엑스(X·옛 트위터)에 잇달아 올리기도 했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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