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한국 美기업 규제, 협상에 영향”…‘韓 좌경화’ 주장엔 “주권적 선택”

김형구 2026. 6. 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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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한국의 민주주의가 좌경화했다”는 공화당 하원의원 주장에 대해 “우리는 해당 국가 국민의 주권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쿠팡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 기업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강하게 좌측으로 기울었고 중국을 향해 더 많은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 질의에 “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할 때 나타나는 독특한 특성이며 우리가 속한 서반구 지역에서도 꽤 자주 목격하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때로 일본의 경우처럼 미 국익에 더 우호적인 지도자를 뽑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관점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하기도 한다”며 “합법적인 선거이고 그들이 선택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해당 국가) 국민의 주권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미 국익에 반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정부를 전복하거나 제거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쿠팡과 메타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당하고 있다”는 아이사 의원 주장에 “우리 기업들은 한국에서만 어려움, 표적화를 겪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우리 기술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한국과 전략적으로 일치하는 것들이 있음에도 한국에 대해 우리가 관여하는 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것이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타결하는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줬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그들의 일부 태도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사 의원은 그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4월 공화당 하원의원 50여 명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을 때 마이클 바움가트너 하원의원(워싱턴)과 함께 이를 주도한 인물이다.

아이사 의원은 이날 질의 말미에 ‘한국이 미국에 강경한 좌회전을 하고 있다(South Korea Takes a Hard Left Turn Against America)’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회의 기록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플로리다)은 이를 승인했다.

이날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내 일부 강경 보수 진영의 우려에 대해 비교적 신중하고 절제된 톤의 외교적 언어로 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기존 상호관세율(15%)을 상회하는 새 관세율을 적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디지털 기업 차별 등 비관세 장벽이 여전히 주요 관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미는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조선업 협력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과 쿠팡 등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규제 등을 문제 삼아 상호관세를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지난 2월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과잉 생산 등을 문제 삼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거래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호주 등 46개 경제권 그룹에 12.5%의 관세를, 수입 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영국·EU·캐나다 등 14개 경제권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지난 3월 말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 등과 면담한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미군의 대북 핵 억지력 제공에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그곳에서 우리의 태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 한국과 매우 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이 지난 2월 발표한 ‘해양행동계획’과 관련한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 질의에는 “미국 내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뿐 아니라 몇 척의 선박은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선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마련된 해양행동계획에는 미국 조선소와 파트너십을 맺은 외국 조선 업체가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계약 물량의 초기 일부를 자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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