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박근형·전미도 앞세운 고전 연극, 올여름 대극장 접수
TV와 영화에서 무대로 귀환한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

최근 한국 연극계의 두드러진 트렌드 중 하나는 TV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던 스타 배우들의 잇단 무대 복귀다. 그리고 이들의 막강한 화제성과 티켓 파워에 힘입어 대극장 연극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고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입센, 체홉 등 연극계의 ‘고전’을 주로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고전은 오랜 시간 검증된 탄탄한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 시대를 초월해 관객의 마음을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또한 오롯이 대사와 움직임만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극을 이끌어야 하기에, 배우들에게는 연기의 깊이를 다질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올여름에도 스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대형 고전 연극들이 잇따라 개막을 예고해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작품은 ‘사극의 왕’ 최수종이 타이틀롤을 맡은 수컴퍼니의 연극 ‘오이디푸스’다. 오는 7월 4일~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가혹한 신탁을 피하려 발버둥 치던 오이디푸스가, 역설적이게도 국가에 닥친 재앙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자신이 바로 그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고 스스로 눈을 멀게 만드는 이야기다. 정해진 운명에 맞선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렬하게 그려내 서양 연극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서재형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최수종과 함께 실력파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오이디푸스 역에 더블 캐스팅되었으며 박정자, 남명렬, 전강희 등 굵직한 배우들이 합류했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최수종은 2017년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씨’ 이후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그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몇 년 전부터 신구, 이순재, 박정자, 박근형, 손숙, 남명렬 선배님 등의 무대를 보며 기회가 오면 꼭 다시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처음 연기를 배우는 신인의 자세로 연습에 몰입하고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원로 배우 박근형이 주연으로 나서는 파크컴퍼니의 ‘베니스의 상인’은 7월 8일~8월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이자 법정극인 이 작품은 상인 안토니오가 친구의 구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위기에 처하지만, 지혜로운 여인 포샤의 명재판 덕분에 목숨을 구하는 이야기다. 16세기 유대인 차별 정서 속에서 법의 형식주의와 진정한 자비의 가치가 무엇인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오경택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샤일록 역의 박근형을 비롯해 신구, 이상윤, 최수영, 김슬기 등이 출연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올해로 연기 생활 68년 차를 맞은 박근형은 지난 2023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이후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배우 신구와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이번엔 ‘베니스의 상인’으로 다시 한번 압도적인 연기력을 증명할 예정이다. 특히 1959년 대학 연극반 시절 이후 무려 67년 만에 다시 샤일록을 맡게 된 박근형은 “젊었을 때는 단순히 권선징악의 틀 안에서 인물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샤일록을 둘러싼 시대적 환경과 아픔을 고민하며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5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전미도는 8월 9~31일 티켓링크 1975시어터에서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를 통해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컴백한다. 러시아의 거장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 중 하나인 ‘갈매기’는 현대 사실주의 연극의 지평을 연 명작이다. 유명 여배우를 어머니로 둔 작가 지망생 트레플레프와 명성을 갈망하는 배우 지망생 니나를 중심으로, 예술에 대한 엇갈린 열망과 사랑 속에서 파멸해가는 인물들의 비극을 세밀하게 그린다.
지난 2011년 ‘갈매기’를 소극장에서 파격적인 연출로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극단 맨씨어터는 이번에 NHN링크와 손잡고 무대를 대극장으로 넓혔다. 연출가 김정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으며, 전미도는 2011년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 니나 역으로 분해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컬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까지 연이어 홈런을 날린 전미도가 이번 연극을 통해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는 전미도 외에도 우현주, 박호산, 이대연, 황영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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