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의 마켓 나우] AI가 몸을 얻자 자본의 시선이 바뀌었다

인공지능(AI)의 다음 전쟁터는 백색가전이 사는 우리의 거실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30조원 규모로 뛰었다. LG전자가 로봇 구동장치 브랜드 악시움을 내놓으며 로보틱스 수직통합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의 가전은 휴머노이드다”라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의 최근 발언은 이 흐름을 압축한다. 단순한 기술주 랠리가 아니다. 여의도와 월스트리트는 지금, 화면 속에서 텍스트를 생성하던 인공지능이 철과 모터를 갖춘 몸으로 현실 세계에 들어오는 순간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하나의 인식 전환이 있다. 지능은 뇌 속 계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세상을 카메라처럼 저장하지 않는다. 착시와 경험, 감정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계와 부딪히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인지과학은 이를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부른다.

공장의 로봇 팔이 정해진 환경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온실형 기계’라면, 미래의 휴머노이드는 아이가 장난감을 어질러 놓은 거실이라는 야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실은 공장 라인과 달리 예측 불가능하고 늘 어수선하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경쟁의 본질은 계산 능력만이 아니다. 싱크대 앞 설거지조차 그렇다. 컵의 위치가 바뀌고, 바닥은 젖어 있으며, 인간은 늘 예외를 만든다. 세상을 완벽히 분류하고 규칙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래된 AI의 꿈만으로는 이 현실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휴머노이드는 완벽한 계산기가 아니라, 현실과 충돌하며 배우는 존재다.
판은 이미 글로벌 경쟁으로 옮겨갔다. 1000만원대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유니트리, 자사 공장에 실전 배치를 시작한 테슬라와 미국 빅테크, 정교한 제조 역량으로 맞서는 한국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기업가치를 가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프리미엄은 통제된 환경을 떠나 인간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기업에 돌아간다. 넘어지고, 실패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흔들리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는 능력이다. 반면 위기의 순간 인간 개입에 기대는 안전지대형 모델은 시장의 냉혹한 할인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계는 더는 모니터 속 유령이 아니다. 철과 실리콘의 몸을 입고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텍스트를 다루는 영리함을 넘어, 현실의 충격 속에서도 다시 세계와 접속하는 능력을 갖춘 기계와 조직이 미래를 가져갈 것이다. 넘어지지 않는 기계는 결코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이수화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법무법인 디엘지AI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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