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韓정부 존중하나, 美기업 대한 태도 무역합의에 영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쿠팡과 메타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 받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친중(親中)·좌경화됐다”고 지적한 공화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합법적 선거로 선출된 사람이라면 (해당국) 국민들의 주권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다만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 등이 양국간의 무역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한국 정부가 친중화됐다는 대럴 아이사 의원(공화·캘리포니아)의 질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선 일본처럼 미국의 국익에 더 우호적인 지도자를 선출하기도, 다른 관점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하기도 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상대국 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할 때의 독특한 측면이고, 우리 지역(서반구)에서도 이를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남미에서 반미(反美) 성향 정부가 종종 출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그 정부를 전복하거나 제거하기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민주적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다만 “그들이 우리 국익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가 관여해야 한다”며 반미 성향의 정부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러한 답변에 아이사 의원은 ‘쿠팡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루비오 장관의 입장을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우리 기업들은 한국에서만 어려움, 표적화를 겪는 게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은 우리 기술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한국에서의 미국 기업들 상황)이 우리가 한국과 전략적으로 일치하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우리 관여의 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솔직히 말해 이것이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타결하는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그들의 일부 태도 때문에”라고 밝혔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를 존중해야 하지만, 미국 기업인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한·미 간의 무역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친중화됐다고 주장한 아이사 의원은 쿠팡의 기업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한 쿠팡의 로비 대상이 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공개 자료에 따르면 아이사 의원은 공화당 소속 영 김·에이드리언 스미스 하원의원과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과 함께 쿠팡으로부터 연간 후원금 최고액인 5000달러를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사 의원은 지난 4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장 대표를 만나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고, 앞서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고 한국 정부에 보낸 공화당 의원들의 서한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로비 대상에는 공화당 현직 의원뿐만 아니라 백악관, 부통령, 국무부를 비롯해 보수 성향 싱크탱크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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