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한국 외환리스크, 달러 부족보다 환헤지 구조가 문제”
중동 위기·외국 ‘팔자’ 원화 약세 압력
환율 충격, 은행·자금시장 번질 우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20원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 외환 리스크가 과거 ‘달러 부족’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의 해외투자와 환헤지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 해외에 진 빚보다 보유한 해외자산이 더 많은 나라가 됐다. 다만 장기 해외자산을 단기 환헤지로 떠받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환율 충격이 은행과 국내 자금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16.4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2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520원을 터치한 것은 지난 4월 2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안전자산 선호,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다시 커졌다.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시장에서는 달러 부족 우려가 반복된다. 하지만 BIS가 최근 공개한 ‘변화하는 국제통화체제 속 신흥국의 자본흐름과 환율·금융여건’ 보고서를 보면 현재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나라 전체가 단기 달러 빚에 몰려 흔들리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한국은 2014년 3분기부터 해외에 갚아야 할 돈보다 보유한 해외 금융자산이 더 많은 나라가 됐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300억 달러로 GDP의 약 55%에 달했다.
문제는 외화자산의 성격이다. 과거에는 한국은행이 쌓아둔 외환보유액이 핵심 안전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민간 금융기관의 해외투자가 외화자산 증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2분기 한국 전체 외화자산에서 포트폴리오 투자는 약 42%, 직접투자는 약 30%를 차지한 반면 외환보유액 비중은 약 15%에 그쳤다.
해외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해외자산이 늘어나면 환율 변동 위험도 커진다. 금융기관들은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에 나서고 있는데, BIS는 환헤지의 만기가 짧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채권투자 중 잔존만기 1년 이상 비중은 99.1%였지만, 외환파생상품 중 만기 1년 초과 비중은 32.6%에 그쳤다. 오래 보유할 해외자산을 짧은 환헤지 계약으로 떠받치는 구조다.
평상시에는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계약을 다시 맺으면 된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의 헤지 수요는 늘고, 달러를 공급하는 은행은 자본비율과 유동성 부담 때문에 공급을 줄이거나 만기를 짧게 가져갈 수 있다. 이 경우 달러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 통로는 좁아진다. 은행의 달러 조달 부담이 커지면 국내 자금시장에도 압력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BIS는 “신흥국의 대외건전성이 개선됐더라도 자본흐름의 구조와 투자자 구성이 달라진 만큼 금융안정 위험을 점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비은행금융기관의 환헤지 만기 장기화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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