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우주 이어… 머스크 ‘AI 반도체 생산’ 테라팹 구상 본격화
설계·생산·패키징 수직 계열화
테슬라용 칩 등 자체 생산 계획
스페이스X, 기업가치 2600조 목표

일론 머스크가 초대형 반도체 공장 ‘테라팹’ 부지로 내정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는 대규모 토지를 매입했다. 전기차와 로켓,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어 ‘반도체’까지 직접 생산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야망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와 연관된 법인 ‘WIT 테크’는 최근 몇 주간 휴스턴 북서쪽 그라임스 카운티에서 6000에이커(약 24㎢)가 넘는 규모의 토지를 잇달아 매입했다. 여의도 면적(2.9㎢)의 8배가 넘는 크기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테라팹 공장 부지를 최종 확정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토지 매입 서류에는 머스크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WIT 테크가 최근 와이오밍주 국무장관에게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 머스크의 최측근 재러드 버철의 서명이 포함됐고, 제임스 번햄 xAI 법률 고문이 이번 부동산 거래의 공식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WIT 테크 법인 주소 역시 xAI의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사무실로 등록됐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xAI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칩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공장 구축 사업이다. 머스크는 최근 테라팹 1단계 구축에 최소 550억 달러(약 84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종 구축까지는 투자 규모가 최대 1190억 달러(약 18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가 테라팹을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조 자체를 재편할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칩 설계와 생산(파운드리), 패키징을 별도 기업이 담당하는 식이다. 머스크는 “전 세계 연간 AI 컴퓨팅 생산량(20기가와트)은 스페이스X가 궁극적으로 필요한 양의 2%에 불과하다”며 1테라와트(TW) 규모의 테라팹을 통해 설계·생산·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테라팹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팹 건설에는 최소 3년, 수율 안정화까지 추가로 1~2년이 소요된다. 특히 반도체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공급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장비 확보까지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이끄는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조7500억 달러(약 2667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또 매우 이례적으로 투자자 설명회와 수요예측에 앞서 주당 공모가를 135달러로 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격에 전체 지분 중 4.3%를 매각해 750억 달러(약 114조7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IPO에 성공할 경우 머스크의 자산은 인류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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