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베를린 ‘투표지 부족 사태’…재선거 치르고 시장 교체됐다

서울·인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국민의힘이 선거 연기와 개표 중단을 요구하면서 독일 베를린의 선거 무효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3일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독일 헌법재판소가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이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선거 전면 무효를 선언하고 재투표를 명령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21년 9월 베를린에서 총선과 지방선거, 주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지는 과정에서 대규모 선거 관리 부실이 발생했다.
당시 선관위는 유권자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졌고, 다른 선거구용 투표용지가 잘못 배부되는 일도 벌어졌다. 기표소 부족으로 수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는 투표소도 속출했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투표소는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고,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을 넘겨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유권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는 부족한 투표용지를 복사해 사용하기도 했다. 해당 투표용지에 행사된 표는 무효 처리됐다.
이후 야당들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시의원·구의원 선거 전체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베를린주 헌재는 “수천 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거나 유효하게 투표하지 못했다”며 선거의 자유·보편성·평등 원칙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운영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들이 언제 투표가 재개될지 알 수 없었다”며 “대기 행렬과 운영 중단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3년 베를린 시의원·구의원 재선거가 실시됐고, 재선거 결과 시의회 다수 구도가 바뀌면서 시장도 교체됐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별도로 일부 총선 선거구 결과를 무효로 판단해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연방하원 의석 분포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했다며 선거 연기와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례가 실제로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선관위 조사와 법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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