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국제공항 공격한 이란, 확전 불사하며 휴전 협상판 흔들다
이란이 3일(현지시간) 미사일과 드론으로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공격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공항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종전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이란의 연이은 친미 성향 걸프국 타격을 놓고 이란의 협상판 흔들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확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제재 완화, 핵 문제 등 협상의 주요 이슈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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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국 미군기지 이어 쿠웨이트 국제공항까지 때렸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란의 미사일 13발과 드론 17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도 국적의 1명이 사망하고 최소 6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외무부는 “(공항의) 주요 시설과 외교 공관도 피해를 입었다”고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쿠웨이트 매체를 인용해 이날 새벽 이뤄진 이란의 공격으로 쿠웨이트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항공편들이 우회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국영 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항 운영이 재개돼 항공편 운항을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민간공항이지만 공항 단지 일대에는 군사시설도 함께 자리해 있다고 한다.
쿠웨이트 외무부는 이날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 하메드 하미드 야구비 파르 주쿠웨이트 이란 대리대사를 초치하고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란 외교공관 소속 외교관 2명에게 24시간 내 출국을 명령했다고도 한다. 인도 외교부 역시 이날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앞서 전날(2일)에도 이란은 걸프 국가를 향한 공격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같은 날 현지 매체를 통해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와 역내 공군기지 등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IRGC는 이번 공격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케슘섬 남쪽 통신탑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군은 지난달 31일 이란이 미 MQ-1 드론을 격추한 데 자위권 차원에서 케슘섬의 탐지 시설을 때렸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2일 벌어진 이란의 공격이 모두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이 중동 지역 목표물을 향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의도한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ENTCOM에 따르면 쿠웨이트를 향해 발사된 이란 미사일 2발은 비행 중 추락하거나 공중분해됐고, 바레인을 향한 미사일 3발은 미군과 바레인 방공망에 의해 즉각 요격됐다. 미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이란의 쿠웨이트·바레인 공격 시도에 대응해 케슘섬을 다시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는 3일 미국의 공격을 두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비난하는 규탄 성명을 냈다. 외무부는 “이들 국가(쿠웨이트와 바레인)의 영토와 시설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며 “테헤란은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향후 공격의 근원지를 겨냥하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복 넘어선 노림수…교착 협상판 흔드는 군사 압박
이란의 이번 일련의 공격을 단순한 보복 차원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협상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걸프 지역 내 적대행위가 다시 불붙었다”며 “이번 충돌이 미·이란 간 외교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시기 벌어졌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전쟁 중단을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하면서도 아직 최종 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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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까지 엮은 이란의 다중 압박
AP통신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현재 이란의 의도를 조명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레바논 전선의 휴전 이행을 협상 지속 조건으로 내걸고 여러 분쟁을 엮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의 해협 재봉쇄를 풀고 수송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트럼프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봤다. 실제 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일 협상 중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을 전하며 “트럼프가 레바논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화로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 이란의 공습 대상에 오른 바레인이 최근 협상 국면에서 다시 타깃이 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바레인에는 미국의 중동 해상작전을 담당하는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해 있는데, 해당 함대는 아라비아만·아덴만·홍해 등 중동 핵심 해역을 관할한다. 결과적으로 이란의 이번 공격은 확전을 감수하고 미국의 역내 군사 작전망에 실질적인 부담을 안겨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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