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금]미국선 AI가 스스로 투자하는데…갈길 먼 한국
향후 가상자산도 거래 가능
한국은 관련 규제도 정립되지 않아
미국에서 향후 가상자산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한국의 경우 금융 규제와 법적 문제 정비가 되지 않아 기술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빈후드는 지난달 27일 AI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거래와 신용카드 결제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트레이딩(Agentic Trading)과 에이전틱 신용카드(Agentic Credit Card) 서비스를 출시했다. 트레이딩의 경우 베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으며 주식 거래만 지원한다. 하지만 향후에는 옵션·가상자산·선물 거래 등으로 지원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 기능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AI 에이전트를 별도 전용 투자 계좌에 연결해 에이전트가 지시에 따라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손실 위험을 찾아내고 유망한 섹터를 모니터링하도록 지시하거나 기업가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사모투자 기업처럼 투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는 에이전트가 상품 구매 과정에서 가격 탐색부터 재고 여부 모니터링, 결제까지 수행한다.
두 서비스 모두 고객이 직접 행동하지 않고 에이전트가 고객 의도를 해석하고 조건에 맞는 거래를 실행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지난달 AI 에이전트가 별도 계정 생성이나 결제 절차 없이 인터넷상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소액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x402 프로토콜)를 개발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두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인간이 직접 결제 버튼을 누르는 구조에서 에이전틱 AI가 조건을 판단하고 결제를 실행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고객 확보보다 고객의 대리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이 어떤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보는 지보다 금융사가 고객의 AI에 결제 권한과 거래 권한을 부여받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을 대리하는 AI가 체결한 거래에 대한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손실을 냈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 대리인으로서 충실의무를 위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 로빈후드는 면책조항과 자산 격리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서비스 약관에 '인공지능 기반 거래는 투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포함하여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는 경고 문구를 적시했으며 AI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도 명시했다. 또 AI 에이전트가 메인 포트폴리오와 분리해 개설한 에이전틱 계좌에만 접근할 수 있어 AI가 실수하더라도 메인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게 설계했다. AI 거래 체결마다 푸시 알림과 실시간 활동 피드가 제공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AI 접근 권한을 즉각 차단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미국의 에이전틱 AI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업비트는 지난달 22일 업비트 스킬을 출시했다. 외부 AI를 이용해 시세·계정 조회, 주문 요청, 입출금 관련 조회 등을 AI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자연어 요청을 입력하면 에이전트가 명령 구성을 제안하거나 실행을 보조한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AI 자율 매매를 위해서는 우선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고객이 매번 확인하지 않고 AI가 알아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일임업의 대상자산 범위에는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는다.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받더라도 코스콤(KOSCOM)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할 수 없다.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해당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수개월 동안 실제 데이터로 시험해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받는데, 테스트베드 운용 대상 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는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이해상충 문제로 개발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소가 매매 중개뿐 아니라 고객 돈을 대신 운용할 경우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AI를 시켜 억지로 가상자산을 사고팔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AI가이드나 스킬이 단순 주문 보조를 넘어 특정 자산 매매 권유나 대리 운용 성격을 조금이라도 띠면 무신고 가상자산사업자나 미등록 투자일임업 위반 소지가 생겨 서비스 고도화에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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