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더 내는 4세대 실손 늘었는데 손해율 악화, 왜?

강창욱 2026. 6. 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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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잡겠다던 4세대 실손 확대에도 보험적자 1조8700억원
전체 손해율 101.0%로 상승…고액 비급여가 보험료 인상 눌러
2023년 열린 실손보험 정책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보고 있다. 국민일보DB


자기부담률이 높은 4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늘었지만 실손보험 전체 손해율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과잉 이용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4세대 실손보험이 1세대 계약 규모를 처음 넘어섰지만 고액 비급여 치료가 늘면서 보험금 증가세를 꺾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3일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은 3622만건으로 전년보다 0.7% 늘었다. 손해보험사 계약은 3028만건으로 1.0% 증가했고, 생명보험사는 594만건으로 0.7% 감소했다.

세대별로는 2세대가 1494만건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다. 이어 3세대 783만건(21.6%), 4세대 641만건(17.7%), 1세대 618만건(17.1%) 순이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약 4년 만에 1세대 계약 건수를 처음 앞질렀다.

4세대 계약 증가는 신규 판매와 기존 실손보험 계약 전환의 영향이다. 지난해 1세대 계약은 3.1%, 2세대 계약은 3.7% 줄었다. 반면 4세대 계약은 22.1% 증가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자기부담률이 30%로 높게 설정돼 있다. 자기부담률이 낮은 1세대보다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커 비급여 이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계약 1건당 지급보험금은 1세대 74만원, 2세대 49만원, 3세대 36만원, 4세대 29만원 순이었다. 자기부담률을 반영한 1인당 비급여 치료 사용액 추정치도 1세대 44만원, 2세대 35만원, 3세대 27만원, 4세대 21만원으로 낮아졌다.

문제는 고액 비급여 치료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료 수익은 보험료 인상과 신계약 증가로 전년보다 10.0% 늘어난 18조원이었다. 하지만 지급보험금은 17조원으로 11.4% 증가했다. 보험금 증가율이 보험료 수익 증가율을 웃돌면서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15.6% 확대됐다.

손해율도 다시 100%를 넘었다. 경과손해율은 101.0%로 전년보다 1.7% 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2023년 103.4%에서 2024년 보험료 인상 효과로 99.3%까지 내려갔지만 지난해 다시 악화됐다.

금감원은 “신의료기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치료 증가로 보험금 증가 폭이 보험료 인상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세대별로 보면 4세대 자체 손해율도 낮지 않았다. 손해율은 3세대가 120.3%로 가장 높았고 4세대가 115.1%로 뒤를 이었다. 1세대는 102.3%, 2세대는 93.1%였다.

자기부담률이 높은 4세대에서도 손해율이 100%를 넘은 것은 비급여 보험금 증가 압박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급보험금 내역에서는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관련 보험금이 2조70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 질환 보험금 2조6000억원보다 많았다. 영양제 등 통원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도 1조원에 달했다.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보험금 증가도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로봇수술 보험금은 72.4%, 전립선 결찰술은 64.6%, 하이푸 시술은 46.0% 늘었다. 신경성형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보험금은 소폭 감소했지만 관련 보험금 분쟁이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의료기관별 지급보험금 비중은 의원이 32.0%로 가장 높았다. 병원은 21.8%, 종합병원은 17.6%, 상급종합병원은 15.0%였다. 비급여 보험금만 보면 의원 37.1%, 병원 26.9%로 의원·병원급 의료기관 비중이 컸다. 다만 고액 비급여 치료가 늘면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도 보험금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금감원은 손해율 악화가 보험료 추가 인상과 보험금 분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사별·유형별 보험금 분쟁 특이사항을 수시 분석하고 부당한 심사 행태가 확인되면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법원 판례나 분쟁조정례 등으로 보험금 심사기준이 바뀌는 경우 소비자에게 사전 안내하기로 했다. 비급여 과잉 이용을 막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이후 체외충격파 치료 등의 이용이 늘어나는지도 모니터링한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 재가입 대상자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 전환 할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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